2030 엑스포, 왜 부산인가…탁월한 지정학적 장점 갖춘 북항, ‘한국 미래’ 바꿀 요지
2030세계박람회 유치 총력전
부울경 제조업 성장 전진 기지
스마트 교통 인프라 도시 꿈꿔
대전환·파트너십, 균형발전 전제
한국과 부산은 2030부산세계박람회가 국가 미래 성장의 새로운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전 국가 역량을 동원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유치지원위원회가 구성된 후 첫 회의를 갖는 모습. 부산시 제공
부산 원도심을 따라 형성된 북항은 부산의 운명을 좌우할 미래라고 얘기한다. 이곳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하든, 유치하지 못 하든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부산 북항은 오랜 기간 해외에서 물자와 원료를 들여오는 통로였으며 국내 기업이 이를 다시 제품으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었다. 한마디로 조선과 자동차, 기계, 에너지 등 부울경 제조업 성장의 발판이자 한국 산업 근대화를 이끈 전진기지였다.
전 세계적 산업 흐름이 제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모함에 따라 부울경은 새로운 산업 동력을 찾고 있고 한국 산업에도 새로운 물류 동맥이 필요해지면서 북항 역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탁월한 지정학적 장점을 갖춘 북항이 2030월드엑스포와 맞물린다면 부산은 물론 한국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 유치 도전에 나선 배경이다.
■부산 미래 주 무대는 북항
2030월드엑스포 개최 예정 부지 343만㎡를 포함한 북항 일원은 부산 도심 개조의 핵심이다. 2030월드엑스포를 개최하면 이 일대는 글로벌 메가 이벤트 개최 역량을 바탕으로 부산의 ‘포스트 제조업 시대’를 이끌 주무대 역할을 할 것이다. 나아가 북항을 감싼 부산 원도심 지역도 북항 성장의 이점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엑스포 개최 장소인 북항은 2030월드엑스포 개최 이후 몇 개 엑스포 기념 시설을 남겨두고 모두 분양돼 첨단 기업이나 연구소 등이 집적될 것”이라고 전했다.
2030월드엑스포 도전으로 부산의 교통·물류망 역시 북항이라는 새로운 축을 중심으로 짜여지고 있다. 오랜 노력으로 이제 기본계획 수립 단계를 밟고 있는 가덕신공항이 대표적이다. 이미 부산시는 가덕신공항과 북항을 잇는 새로운 교통체계 도입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승학터널을 통해 부산 동서를 잇는 교통망도 추가로 건설될 예정이다.
부산은 월드엑스포 개최로 스마트교통 인프라 중심 도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시는 이미 오시리아관광단지와 에코델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기술 인프라 확보를 위한 지원을 정부에 요청해 놓았다. 여기에 ‘도심을 나는 택시’로 일컬어지는 도심항공교통(UAM)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올 7월 13개 기관·기업과 손잡고 2026년까지 UAM을 상용화하는 도전을 선언했다. 부산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노선 등 해양 인프라라는 강점을 내세워 이 분야 선도자 지위를 확보한 후 2030월드엑스포를 계기로 산업적 도약을 꾀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부울경 성장, 균형발전 발판
2030월드엑스포는 국토균형발전 시도의 하나라는 점에서 국가적 의의를 가진다. 수도권 초집중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해 온 정부는 부울경을 발전시켜 국토균형발전의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왔다. 2019년 5월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확정한 가장 큰 이유다.
정부가 세계박람회기구(BIE)에 낸 유치계획서는 사실상 한국의 미래를 담은 국가전략보고서에 다름 아니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국제적으로 천명한 선언인 셈이다.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라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주제 개발에서 구체적인 유치계획서 작성까지 2년에 걸쳐 진행됐다.
10명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주제 후보군을 뽑고 이후 조사, 토론 등을 거쳐 ‘대전환’과 ‘파트너십’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냈다. 최종적으로는 ‘대전환’을 키워드로 한 1개 주제와 3개의 부제를 선택했다. 주제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와 부제 ‘자연과 지속 가능한 삶’ ‘인류를 위한 기술’ ‘돌봄과 나눔의 장’ 등 3개 부제는 그렇게 탄생했다.
정부는 2030년 부산에서 월드엑스포를 열어 이런 국가 미래를 현실화하려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대내외에 한국이 ICT 강국이면서 세계 문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나라라는 자신감도 보여주려 한다. 그 상징적인 역할을 할 무대로 부산을 내세운 것이다. 바로 부산이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를 이끈 도시이며 앞으로 한국 대표 스마트시티로 성장해 나갈 도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월드엑스포를 통해 동북아 해양수도라는 이점을 갖춘 부산을 중심으로 경남과 울산의 동반성장을 꾀하려고 한다.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해양 문화와 평화가 공존하는 세계적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국내 스마트 혁신 역량이 부울경에 집중될 전망이다. 오랜 기간 제조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첨단산업 육성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던 부울경에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차세대 모빌리티 등 혁신 기술이 제대로 싹트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내 첫 월드엑스포 도시로
엑스포 자체의 의미와 성과도 만만치 않다. 1893년 미국 시카고박람회에 처음 참가한 한국은 137년 만에 등록엑스포인 월드엑스포 개최에 도전하고 있다.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세계 12번째 개최 국가가 되며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국제 메가 이벤트 3개를 모두 개최한 세계 7번째 국가에 올라선다.
2030년 5~10월 6개월간 열릴 예정인 2030월드엑스포 직접적인 효과 역시도 상당하다. 엑스포 개최에는 모두 6조 4000억 원이 투입되며 세계 각국에서 3480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잠정적인 경제유발효과만 해도 생산유발효과가 43조 원에 이르며 부가가치는 18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50만 명 고용 효과도 기대된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