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관사 리모델링 공모 ‘참가 자격’ 논란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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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중업 설계작·공관 건축물
모두 해 본 업체로 기준 제한
엄격한 조건 탓 1차 공모 ‘무효’
재공모 일정도 짧아 업계 반발
시 “역사성 살리기 조치” 해명

부산 수영구 부산시장 관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부산시장 관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부산시장 관사의 완전 개방을 위해 추진하는 리모델링 설계 공모 참가업체 자격을 놓고 논란이 인다. 관사를 만든 김중업 건축가의 건축물과 공관 건축물의 리모델링을 모두 해본 사람이라는 조건인데, 지역 건축계에서는 지나치게 기준을 좁혀 불합리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부산시장 관사 리모델링 건축설계 공모 참가 업체 등록을 받았다. 그 결과 업체 한 곳이 지난 12일 마감 직전 유일하게 등록했다. 부산시는 공공건축 설계공모 규정상 두 곳 이상의 업체가 등록해야 공모를 진행할 수 있어 이번 공모를 무효로 했다. 시는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다시 참가 업체 등록을 받는 재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부산시는 1985년 지어진 부산시장 관사를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에 따라 설계비 4억 원 등 총 예산 68억 원을 들여 관사 리모델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관사 본관은 강연장과 전시장 등으로 활용하고 지하는 미술관, 옥상과 야외공간은 조각전시장과 카페 등으로 꾸밀 예정이다.

지역 건축계에선 이번 공모의 참가업체 자격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부산시는 부산시장 관사 리모델링 공사 설계공모 자격조건을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건축물의 리모델링 설계 업무와 △공공기관장의 공관 건축물 리모델링 설계 업무 등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한 실적을 가진 대표건축사로 제시했다. 부산시장 관사는 국내 1세대 건축 거장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이다.

지역 건축계는 특히 지역에는 김중업 건축가의 작품 리모델링과 전국에 몇 되지도 않은 공관의 리모델링까지 해본 업체 자체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특정인을 염두에 둔 공모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김기수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김중업 선생의 건축물을 리모델링한 사례는 전국에 10곳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참가 업체의 기준을 너무 좁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건축사는 “이런 조건으로 일을 한 사람은 건축계에서 많이 없을 텐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하는 공모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또 그는 “공관을 리모델링하는 것이지 공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이 아닌데 왜 전국에 몇 없는 공관 리모델링 실적이 있어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참가 업체 등록을 이틀 동안만 받고, 등록 이후 불과 보름 만에 제안서를 제출하도록 한 일정도 일반적인 공공건축 공모 일정에 비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건축사는 “보통 공공건축 공모는 참가 등록 기간을 일주일 정도는 주는데 이틀은 너무 짧다”면서 “김중업 건축가의 뜻을 기리기 위한 취지는 알겠는데 건축가의 자료 등을 고려해서 설계하라고 하면 되지 이런 조건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김중업 작가 작품의 가치와 관사의 역사성을 살리기 위한 자격 조건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조건은 공공건축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으로, 부산시장 관사는 예전에 대통령 관사로도 사용된 만큼 역사성을 살리기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시장 관사 리모델링 사업은 올해 안에 설계공모를 마치고 내년 초 착공해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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