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역사’ 읽은 저자 9명의 9가지 감상 빛깔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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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 따라 자박자박/ 이미식 외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그때 거대한 사건이 지구 반대쪽에 있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벌어졌다. 페르시아 제국과 헬라스 폴리스 간의 격돌이었다. 페르시아는 정복왕의 등장으로 세워진 대제국이었다. 반면 헬라스의 폴리스는 전제 군주의 등장을 극도로 꺼리는 도시국가들이었다.

이 두 세력 사이에 벌어진 전쟁 양상은 무척이나 생생히 전해진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그 장본(張本)이 바로 헤로도토스의 〈역사〉이다. 기원전 4~5세기의 일들을 그렇게 만날 수 있는 건 바로 자세한 기록 덕택이다. ‘아득한 옛날’이란 표현이 어색할 지경이다. 그만큼 현재성이 가득하다.

최초의 서양 역사서로 평가받는 이 책은 시작부터 감동을 안긴다. “인간들이 이룬 일들이 시간의 힘에 잊히지 않고, 헬라스인과 페르시아인이 보인 놀라운 행적을 세상에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는 저술 목적을 헤로도토스는 명확히 밝히고 있다.

헤로도토스는 시간에 따라 사건들이 흐르게 놔두지 않는다. 장면들이 순서대로 스크린에 단순히 펼쳐지는 방식이 아닌 것이다. 그의 기록은 선과 면 이외에 깊이를 가지는 입체감으로 눈앞에 다가선다. 사건의 원천(源泉)을 찾아가는 빛나는 탐구 정신을 발휘한다. 당시 인물들의 조상이 누구였으며, 그들을 둘러싼 인간 관계망과 사회제도가 어떠했는지 소상히 밝혀낸다. 고대에서 현대로 내려오는 줄기를 훑고 있는 셈이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따라 자박자박〉은 9명의 저자가 〈역사〉라는 산맥을 산행한 결과이다. 그들은 하산한 후 행복, 기억 등 9가지 주제를 각자 느꼈다. 독서는 읽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독자마다 감상과 해석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 빛깔들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독서가 완결된다. 이미식 외 지음/도서출판 엘박사들/419쪽/2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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