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조기발견해야 실명 예방
[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부산성모안과병원
전체 녹내장 75% 차지하는 개방각 녹내장은 자각 힘들어 시력 떨어진 후에야 뒤늦게 발견
유병률 증가 40대부터는 매년 안과검진 통해 조기 발견·치료해야 시신경 손상 막을 수 있어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녹내장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이태헌 원장이 환자안저검사를 통해 환자의 눈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부산성모안과병원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원인 질환으로 백내장, 황반변성, 녹내장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녹내장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 중 하나로, 보통의 환자들은 시신경이 80~90% 이상 손상된 뒤에야 증상을 알게 되기 때문에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불린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진적으로 손상돼 주변 시야부터 흐려지다 중심부까지 침범하면 실명에 이르는 안질환이다.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의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에게서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환자 수는 2020년 96만 7554명에서 2021년 108만 29명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40대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녹내장의 주요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안압 상승을 초래하는 여러 가지 이상이나 시신경의 구조적 이상이 주요 원인이다.
폐쇄각 녹내장은 눈 속의 방수가 제대로 배출 되지 않아서 발생한다. 홍채와 각막 사이에 전방각이라는 통로가 있어 눈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방수를 배출하는데, 구조적인 이상으로 인해 전방각이 닫히게 되면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해 안압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안압이 상승하면 시력 감소 외에도 두통, 구토, 충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만큼 환자가 이상을 느끼고 초기에 발견해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방각이 정상적으로 열려 있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개방각 녹내장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한다.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자각하기 힘들고 말기에 이르러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저하된 후에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개방각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 환자의 약 75%를 차지한다.
부산성모안과병원 이태헌 원장은 “특히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저안압 녹내장은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도 녹내장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녹내장은 흔히 40대 이상에서 발병되는 노인성 질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 스마트기기 보급 등으로 과거에 비해 젊은 층의 근시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라식, 라섹 등의 시력교정술이나 다른 안질환이 발생해 병원을 내원했다가 조기에 녹내장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떨어진 시력 또한 개선이 되지 않는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태헌 원장은 “청소년기까지는 일반 안과검진만으로도 충분하지만, 20~30대에는 안저검사 등 정밀한 녹내장 검사를 받고. 녹내장 유병률이 증가하는 40세 이후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도 1년마다 안과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녹내장은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해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실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