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이영애·김상경이 뽑은 ‘올해의 배우상’에 김영성·김금순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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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김영성(왼쪽)과 김금순.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배우 김영성(왼쪽)과 김금순. 안지현 인턴기자

배우 김영성과 김금순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배우상을 차지했다.

BIFF 올해의 배우상 남자 부문 수상자인 김영성(빅슬립)과 여자 부문 수상자 김금순(울산의 별)은 14일 오후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먼저 김영성은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았는데 이렇게 큰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아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 모든 스태프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이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라고 응원해주는 의미인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김영성은 단편영화를 통해 영화계에 입성했다. 이후 영화인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본 ‘빅슬립’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지원해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다. 그가 연기한 ‘기영’은 지방 소도시에서 외골수로 살아가는 공장 노동자 캐릭터다.

김 씨는 “처음 오디션에 들어갔을 때 김태훈 감독님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 모두 일어나서 한 명씩 제게 인사를 하는 것을 보고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독립영화는 아무래도 환경이 열악해 촬영 때 다들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감독님은 계속 저를 바라보며 잘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나중엔 눈만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 서로의 마음을 알 것 같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김영성은 배우 이영애·김상경이 올해의 배우상 심사를 맡은 것에 대해선 “영화에서 너무 많이 보던 선배들이 선정한 것 자체가 영광이고 너무 얼떨떨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막식 때 ‘청심환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낯도 많이 가리는 성격”이라며 “폐막식에서 상을 받을 때 굉장히 떨리고 벅차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를 것 같다. 시상하는 선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직접 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영성은 당초 지난 12일 서울에 돌아가려 했을 정도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혹시 모르니 남아 있으라’는 김 감독의 만류가 결국 선견지명이 됐다. 그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엔 “연극 활동을 하다가 단편영화를 찍었고, 영화를 찍다가 우연히 빅슬립 오디션에 지원해 주인공이 됐다”며 “앞으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빅슬립에서 했던 것처럼 절실하고 뜨겁게 작업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나쁜 범죄자, 형사 등 위주였다”며 “로맨스도 하고 싶다. 그런데 아무도 안 시켜준다”고 웃었다.

빅슬립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선 “제 인생영화가 될 것 같다”며 “첫 영화라는 것도 그렇고, 감독님에게 배운 것이 굉장히 많다. 오래도록 제게 굉장히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빅슬립’ 배우 김영성.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빅슬립’ 배우 김영성. 안지현 인턴기자

여자 부문 수상자 김금순은 영화 ‘브로커’, ‘82년생 김지영’, ‘더 킹’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다. ‘울산의 별’에서는 남편의 사고사 이후 집안을 힘겹게 꾸려가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조선소 용접공 윤화를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금순은 윤화 역에 대해 “한국에 ‘아줌마’라는 단어가 있는데, 아줌마를 넘어선 여성도 아니고 남성도 아닌 중간에서 아빠와 엄마 역할을 모두 해내는 배역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BIFF를 여러 차례 찾은 경험이 있는 김금순은 이번 수상에 대한 소감을 묻는 말에 “연기 생활을 오래 해왔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이번 영화는 겨울에 촬영하면서 되게 힘든 시간들이 있었는데 보상을 받는 것 같다”며 “BIFF는 전세계에서 모두 오고 싶어하고 상을 받고 싶어하는 영화제인데, 그곳에서 배우상을 받았다는 것이 큰 영광이다. 정말 멋있는 배우인 김상경과 이영애가 심사를 해 상을 주셨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감사하다”고 밝혔다.

올해 김금순은 겹경사를 맞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에 출연했고, 주연을 맡았던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영화 ‘정순’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김금순은 “오늘 이렇게 배우상을 받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너무 행복하다”면서 “울산의 별은 저에겐 별 같은 영화”라고 언급했다.

‘배역을 고르는 기준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지금까지 캐릭터를 고르지 않았다”며 “늘 드는 생각인데, 그 배역이 운명처럼 다가오는 것 같다. 제가 배역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배역)이 저를 만나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가장 좋았던 역할’ 같은 것이 없다. 모든 역할이 저에겐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늘 운명처럼 다가오는 모든 캐릭터를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면서도 “‘아줌마’ 액션에 도전하고 싶다. 감독님들에게 누아르 영화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울산의 별’ 배우 김금순. 안지현 인턴기자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영화 ‘울산의 별’ 배우 김금순. 안지현 인턴기자

경상도 출신인 김 씨는 이번 영화에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었지만, 울산 바다의 매서운 바람 때문에 크게 고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모든 스태프들이 엄청난 바람과 싸우면서 촬영한 장면이 있다”며 “펑펑 우는 연기를 했는데 눈물이 바람을 타고 다시 들어가더라.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촬영 현장이 조선소인 탓에 소음에 시달렸고,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김금순은 “모든 배우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연기 잘한다고 칭찬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배우의 삶은 어쨌든 대중에게 드러나게 되는데, ‘저 배우 참 어렵게 살았는데 잘 살아가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윤여정 선생님이 제 표본”이라고 밝혔다.

BIFF 올해의 배우상은 '뉴 커런츠' 한국작품과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출품된 한국장편 독립 영화들 중 주목할 만한 새로운 배우들을 발굴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는 배우 이영애와 김상경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시상식은 이날 저녁 폐막식에서 진행되며, 심사위원인 이영애와 김상경이 직접 시상한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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