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적립금 내년 적자… 이대로 가다간 6년 뒤 ‘바닥’
건강보험 적립금 내년 적자… 이대로 가다간 6년 뒤 ‘바닥’
연합뉴스
일몰제로 운영되는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 국고지원 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되는 가운데, 건강보험이 당장 내년을 기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6년 뒤인 2028년엔 건강보험 적립금이 바닥날 전망이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다 대규모 보장성 강화 정책까지 시행한 여파가 주요 원인이다.
건강보험 지출을 통제할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민 개개인이 직접 부담하는 건보료율 인상은 물론이고 국가재정 투입 규모도 점차 커지게 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수지가 1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 수지 적자는 2024년 2조 6000억 원, 2025년 2조 9000억 원, 2026년 5조 원, 2027년 6조 8000억 원, 2028년 8조 9000억 원으로 점차 커질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건강보험 수지는 2018년 마이너스(-)2000억 원, 2019년 -2조 8000억 원, 2020년 -4000억 원을 기록하다가 지난해 2조 8000억 원, 올해 1조 원의 '반짝' 흑자를 낸 후 다시 적자 규모를 키우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정부 내부에선 이 같은 수지 악화의 원인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꼽고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매년 3조~4조 원대 흑자를 내던 건강보험 수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작된 2017년부터 급속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병원 방문이 줄면서 잠시 건강보험 수지가 흑자로 돌아섰지만 일상이 회복되면서 이내 적자 규모를 다시 확대하는 것이다.
급격한 고령화 역시 수지 악화 요인이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보험금을 타가는 노인 비중이 늘어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2년부터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까지 연평균 건강보험 지출 증가율은 9.0%다. 2019년의 경우 지출 증가율이 13.8%까지 치솟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20조 2400억 원인 건강보험 적립금이 2028년 -6조 4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6년 뒤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 같은 건강보험 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처음으로 7%대(7.09%)로 올라서는 직장인 건강보험료율이 매년 상승해 이르면 2027년에는 법정 상한선인 8%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료는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출 증가에 따른 부담을 결국 국민 개개인이 지는 구조다.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정부가 지원하는 현행법 체계를 고려하면 정부 지원을 늘린다 한들 결국 원천은 국민의 혈세인 셈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정부 총지출의 14% 안팎, 보건복지 지출의 40% 안팎을 차지함에도 국회나 재정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건강보험 예상 수입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는 법 규정은 올해 말로 종료된다"면서 "제도적인 개편 방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올해 말 일몰 도래를 계기로 아예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폐지해 영구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의 안정적 유지는 국가의 책무인 만큼, 영구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로 못을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 노동계는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의 항구적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도 국고지원 일몰 규정을 삭제하고 지원 규모를 지금보다 늘리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기동민·정춘숙·이정문 의원 등 대표 발의)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건강보험을 국가 기금으로 두고 외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건강보험요율을 비롯한 건강보험 관련 정책은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심의·의결하는데, 사실상 복지부가 안건 상정과 통과 과정 전반을 주도하는 구조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