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해양레저특구 ‘도심 흉물’ 전락?
2009년 지정 민간업자 선정
현재 4곳 중 3곳 운영 중단
사업자 검증 부실 지적 속
“지자체 해법 고민해야” 주문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인근의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 오랫동안 영업을 안 해 텅 빈 채로 수년째 방치돼 있다. 김성현 기자 kksh@
해양레저·스포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부산 해운대구에 해양레저특구가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4곳 중 3곳은 운영을 중단한 상태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1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구덕포 인근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 6층짜리 건물의 입구는 철제 펜스 등으로 막혀 출입이 제한됐고, 곳곳에는 유리와 타일 조각이 뒹굴고 있었다. 폐허와 같은 풍경은 인근의 활기찬 송정해수욕장의 분위기와 대비됐다. 한 시민은 “처음에 커피숍과 일부 식당 정도는 운영하더니 유령건물처럼 오랫동안 텅 비어 있어 서핑 메카인 송정해수욕장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은 정부가 사계절 해양레저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구법에 따라 해운대구에 지정한 해양레저특구 4곳 중 하나다. 민자 사업비 총 125억 원을 들여 요트와 제트스키, 스킨스쿠버 등의 체험시설을 갖추고 2017년 준공했지만, 재정난으로 1년도 채 운영하지 못한 채 경매에 들어가 사업자가 바뀌었다. 새 사업자 측은 “사업자 변경에 1년 7개월이 걸렸고, 다음 달 해운대구청 특구 심의에서 사업 계획 승인 절차를 밟는 등 절차 때문에 인수 3년이 되도록 영업을 못했는데도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규제도 까다로워서 사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앞서 2009년 해운대구청은 송정마리나를 포함해 동백섬 해양레저기지, 센텀마리나, 송정해수욕장 해양레저거점 등 4곳을 해양레저특구로 지정하고 각각을 운영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다. 총 사업비는 473억 원, 사업 기간은 2009년부터 2039년까지 30년 동안이다.
그러나 동백섬 해양레저기지인 ‘더베이 101’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현재 운영을 중단했다. 송정해수욕장 해양레저거점은 2015년 준공됐지만 사업자의 경영난 등으로 영업조차 하지 못했다. 센텀마리나는 2013년 준공돼 오리배 등 수상시설을 잠시 운영했지만 대출 문제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곧 영업이 중단됐다.
이를 두고 사업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해양레저 사업 자체가 날씨와 계절의 영향을 받아 연중 운영이 힘든데, 애초에 위치 자체를 잘못 정했다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이에 해운대구청은 지난달 26일 해양레저 특구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부진한 해양레저 사업의 문제점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해 해양레저 특구해양레저특구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지자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철우 영산대 해양레저관광학과 교수는 “관련 조례를 만들고도 10년 동안 개정 한번 없었다면 사실상 지자체도 노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면서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세미나를 계기로 전문가적인 조직 체계를 만들어 문제를 푸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인근의 송정해양레저컨트롤하우스(송정마리나). 오랫동안 영업을 안 해 텅 빈 채로 수년째 방치돼 있다. 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