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 지정 계획, 정부 심의 통과
사업 추진 후 4번째 신청 만에 성사
엄궁농산물시장 이전, 사업서 제외
새 부지 마련에 상당한 진통 예상
서부산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강서구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이하 서부산권 산단) 지정 계획이 정부 심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산단 사업지 내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에 난색을 표하자 부산시가 다른 부지로 시장 이전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산단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서부산권의 용지 부족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노후화한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이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서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6일 부산도시공사는 서부산권 산단 지정계획을 12일 고시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 부산시의 서부산권 산단 지정계획 신청이 국토교통부의 산업입지정책심의회 심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2017년 서부산권 산단 사업이 추진된 후 4번째 신청 만에 심의를 통과했다.
서부산권 산단 사업은 2017년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논의와 함께 시작됐다. 1993년 개장한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이 노후화한 데다 면적도 좁아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부산권의 첨단산업 부지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요구도 제기되면서 유통과 첨단산업이 함께 들어서는 서부산권 복합산업유통단지로 추진됐다.
이를 위해 민간 사업시행자가 2017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절차를 추진하였으나 공공성 등의 이유로 산업단지 지정계획 신청이 반려됐다. 이후 2020년 시의회 의결을 통해 부산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했다.
이후 서부산권 산단 계획은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국토부가 전체 부지(약 42만 1000평) 19.4%를 차지하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과 산업단지가 서로 성격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듭 사업 신청을 반려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반려 끝에 부산시는 올해 7월께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사업을 별도 사업으로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서부산권 산단 논의가 시작된 것이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필요성 때문이긴 하지만, 당장 서부산권에 첨단 산업이 들어설 부지 조성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을 산업단지 내에 이전하지 않기로 하면서 서부산권 산단 사업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서부산권 복합산업단지 부지의 약 61%를 산업시설용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바이오·신소재산업, 금속·기계·장비 제조업을 비롯해 향후 인접지역에 조성될 농산물도매시장과 연계한 식품관련 업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포함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승인 받아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진행한다.
한편 사상구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부지 마련은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다만 이전 부지는 서부산권 산단 인근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시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을 위한 용역을 내년에 발주하기로 하고,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현재 약 15만 4000평 규모를 27만 평으로 확대하고, 경매부터 포장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엄궁농산물도매시장의 노후화가 심해 이전은 반드시 한다는 입장이지만, 부지 마련이 쉽지 않아 이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인들의 의견 수렴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이전 대상 부지의 주민들의 민원 등 부지 마련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자칫 이전 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지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엄궁농산물도매시장 이전이 지연된 것은 유감”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