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지역과 세계를 사유하는 시간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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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 11월 6일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은 회화 등 다양한 작품
부산항 1부두 영상·설치 작업 집중 소개
영도 폐공장 야외극장, 초량 빈집서 사색도
‘물결 위 우리’에서 발견하고 느끼는 부산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왼쪽부터 샌디 로드리세스, 필리다 발로, 알마 헤이킬라의 작품이 보인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된 작품들. 왼쪽부터 샌디 로드리세스, 필리다 발로, 알마 헤이킬라의 작품이 보인다. 오금아 기자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가 20일 남았다. 9월 3일 막을 올린 부산비엔날레는 ‘물결 위 우리’를 주제로 26개국 64팀(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깊어가는 가을, 축제로 들썩였던 마음에 쉼을 주고 미술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물결 위 우리’ 속에 깃든 지역을 발견하고, 세계로 확장되는 사유의 물결을 느낄 수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된 감민경 작가의 회화 작품.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1층에 전시된 감민경 작가의 회화 작품.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작품이 다양하게 소개된다. 1층 전시장 입구에서 알마 헤이킬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를 형상화한 가로 9.85m·세로 2.85m의 대형 작품이 관람객을 ‘물속’으로 유도한다. 시멘트 지지대 위에 시멘트에 담갔다 꺼낸 그물을 올린 필리다 발로의 작품은 부산의 그물을 활용했다. 오토봉 엥캉가의 신작 ‘나즈막한 봉헌’은 원목을 깎은 조각이자 퍼포먼스 도구이다. 22일과 29일, 11월 5일 오후 5시 30분에는 부산 시민 임은주·최태석 씨가 진행하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다. 부산에서의 기억을 토대로 한 감민경 작가의 대형 회화 작업도 시선을 붙든다.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장. 가운데 작품이 PACK의 '힌터랜드: 하우스보트 해부도'.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장. 가운데 작품이 PACK의 '힌터랜드: 하우스보트 해부도'.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장. 가마타 유스케 작가는 일본 왜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장. 가마타 유스케 작가는 일본 왜성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오금아 기자

2층 전시장은 김지곤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상 ‘초월’로 시작한다. 부산의 건축적 풍경을 기록한 이인미 작가와 오석근·가마타 유스케의 사진도 눈길을 끈다. 오석근 작가는 인천과 부산의 적산가옥을 담은 사진을 전시한다. 가마타 작가는 부산·경남의 왜성 흔적과 일본 규슈 지역의 성곽 흔적을 추적해서 보여준다. 2017년에 결성된 PACK의 작품도 눈에 띈다. 미래에 해양을 배회하며 살게 된 인류의 이동·주거 수단인 하우스보트 해부도를 대형 아크릴 위에 프린트했다. 페루 작가 아르투로 카메야의 끊임없이 맥주가 흘러나오는 설치 작품도 보는 재미가 있다.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전시장에서는 오우암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전시장에서는 오우암 작가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지하에 전시된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의 작품은 인도 세밀화의 형태를 차용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 지하에 전시된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의 작품은 인도 세밀화의 형태를 차용했다. 오금아 기자

지하 전시장에서는 오우암 작가의 그림이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해방과 한국전쟁 전후 풍경을 그린 작품은 기억과 기록의 힘을 보여준다. 피아 뢰니케는 유명 조명회사 르클린트에 자신의 이름을 빼앗긴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업을 선보인다. 산신티아 모히니 심슨은 15점의 그림으로 하나의 거대한 회화를 완성해 보여준다. 수제 종이에 인도 세밀화 형태를 차용한 그림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프란시스코 카마초 에레라와 법인 스님이 협업한 불화는 ‘고무’를 주제로 한 작업이다. 부산의 고무 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 속 나이키 신발은 실제 부산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나이키의 원본 디자인을 재현한 것이다. 부산 작가 문지영과 설치·영상 작업을 선보인 로르 프루보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사하구 낙동남로 1191.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왼쪽이 경남 진해에서 구한 굴 껍데기로 호주의 전통적 굴 양식법을 재현한 메간 코프의 작품이다. 오금아 기자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왼쪽이 경남 진해에서 구한 굴 껍데기로 호주의 전통적 굴 양식법을 재현한 메간 코프의 작품이다. 오금아 기자

■부산항 제1부두&영도

부산항 제1부두 옛 창고 건물을 활용한 전시장 특성상 대형 설치와 영상 작업이 많다. 메간 코프는 경남 진해에서 구한 굴 껍데기로 호주의 전통적 굴 양식법을 작품으로 재현했다. 오웬 라이언은 소설 <양철북> 속 오스카의 시선으로 유럽의 현실을 비판한다. 양철북 형태의 공간에서 영상을 감상하면 각성의 북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광목천을 늘어뜨린 김주영 작가의 작품은 바다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방수포에 지도를 그린 총 킴치우의 설치 작업, 컨테이너 형태의 구조물에 영사되는 강태훈의 작품, 전시장의 벽을 깡깡이 연마기로 갈아낸 김도희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부산항 제1부두에서는 영도와 초량 전시장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중구 충장대로 26.

영도 전시장에 설치된 이미래 작가의 작품. 영도에서는 야외극장도 운영된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영도 전시장에 설치된 이미래 작가의 작품. 영도에서는 야외극장도 운영된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영도 전시장은 폐공장을 활용해 부산항 창고만큼 독특하다. 이미래 작가는 골조만 남은 폐공장에 대형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구멍이 많은 풍경: 영도 바다 피부’라는 작품을 풍화된 고래의 뱃속 같이, 폐공장에 삼켜진 생물체의 흔적처럼 표현했다. 이디스 아미투나이는 자동차 등에 여러 개의 스피커를 설치하고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거나 경연을 펼치는 ‘사이렌 크루’를 촬영한 대형 사진을 전시한다. 영도에는 작가들의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야외극장도 운영된다. 이곳에서는 미카 로텐버그의 신작 ‘리모트’가 이달 말에 상영될 예정이다. ▶영도구 해양로 207(옛 송강중공업).

산복도로 빈집을 활용한 초량 전시장에는 송민정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산복도로 빈집을 활용한 초량 전시장에는 송민정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부산비엔날레 제공

■초량&퍼블릭 프로그램

초량에서는 산복도로의 빈집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송민정 작가는 194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하루코와 부산에서 태어난 춘자라는 가상 인물을 작품에 등장시킨다. ‘봄의 아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새로운 좌표가 된다. 송 작가의 작품은 부산항 제1부두에서도 볼 수 있다. ▶동구 망양로 533번길 20-5.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총 킴치우 작가가 방수포에 그린 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총 킴치우 작가가 방수포에 그린 지도가 설치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2022 부산비엔날레는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과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22일은 남화연·송민정·정희민 작가, 23일은 감민경·김도희·문지영 작가와 이정임 소설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29일에는 토미이 마사노리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의 강연과 가마타 유스케·강태훈·오석근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가 이어진다. 11월 5일에는 쿠킹 섹션스 렉처 퍼포먼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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