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산단 고사 부추기는 청년동행카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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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의 중기 근무 청년에 교통비 지원
기업·근로자 만족도 높아… 유지 요구

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방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청년동행카드’ 사업이 올 연말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중기와 청년층의 실망감이 매우 크다. 부산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방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청년동행카드’ 사업이 올 연말로 종료될 예정이어서, 중기와 청년층의 실망감이 매우 크다. 부산 강서구 명지녹산국가산업단지 전경. 부산일보DB

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방 산업단지의 중소기업은 평소 근로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청년 근로자들은 몇 배나 더 힘들다. 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청년 근로자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주는 ‘청년동행카드’ 사업인데, 이게 올해 말로 끝난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이를 제외한 것으로 16일 확인되면서 중기와 청년층의 실망감이 매우 크다. 중기 육성과 청년층의 고용이 갈수록 중요시되는 마당에 정부가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앞장서서 이에 역주행하는 꼴이다. 정부가 현장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나서 이를 폐지하려는 것인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제도는 중기에 근무하는 청년 근로자에 월 5만 원의 교통비를 바우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인데, 지난해엔 국·지방비 총 936억 원이 배정돼 16만여 명이 혜택을 보았다. 사업이 시작된 2018년도 이후 올해 7월까지 약 74만 명이 교통비를 지원 받았다. 많지 않은 액수임에도 중기와 청년 근로자들 사이에 만족도가 매우 높아 ‘가성비 정책’으로 꼽힐 만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업체들은 시내 근무만 원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이를 통해 돌릴 수 있었다고 하고, 청년들 역시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높은 인기로 인해 지난해엔 신청 인원이 예산 범위를 넘는 바람에 접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청년동행카드 사업이 내년부터 종료되는 이유는 처음부터 일몰제로 기획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래는 2021년까지였는데, 올해는 1년 연장이 됐다. 그러나 정책의 수용도와 만족도가 높다면 굳이 여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미 여론의 요구와 정책 효과가 높은 경우 당초 일몰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지방 산단의 현실을 고려하면 이 제도를 더욱 확대할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안 그래도 지방 산단은 열악한 교통 여건으로 청년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 부산의 대표 산단인 녹산국가산단 중기들이 줄곧 교통 개선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부는 고사 위기에 처한 지방 산단과 청년들이 유지를 원하는 정책을 종료하기에 앞서 먼저 이보다 나은 대안을 내놔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일몰제라는 이유만으로 없앤다면 정말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잦은 이직과 구인난에 처한 지방 산단의 활성화와 청년층을 위해서 지금은 어떤 정책이라도 동원해야 할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자립준비 청년들을 만난 자리에서 “긴축재정을 하더라도 청년들의 미래 준비를 위해서는 쓸 돈은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청년동행카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아무리 일몰제와 예산 사정이 있다고 해도 이런 사업을 종료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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