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비봉이의 꿈
고래의 조상은 몇 억 년 전 지구의 육지를 뛰어다니던 발굽 짐승이었다. 어류에서 출발했지만 육지로 왔다가 어떤 이유에선지 다시 바다로 돌아간 케이스다. 고래 중에서 몸길이 4~5m의 소형을 돌고래라 한다. 폐로 숨을 쉬고 새끼를 낳는 모습을 포착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돌고래를 어류가 아닌 포유류로 본 최초의 선각자였다. 후대 제자들이 “스승님의 사소한 실수”라며 돌고래를 다시 어류로 분류했다는 일화가 있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지능이 높은 돌고래는 ‘지성’ 차원에서 연구되는 거의 유일한 생명체이기도 하다.
돌고래 중 남방큰돌고래는 멸종위기종으로 꼽힌다. 2012년부터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있다. 제주 앞바다에도 남방큰돌고래가 서식한다. 16일 마침내 자신의 고향인 바다로 귀향한 ‘비봉이’도 남방큰돌고래다. 우리나라 수족관에서 키운 남방큰돌고래 8마리 중 하나다. 2013년 ‘제돌이’를 시작으로 ‘춘삼이’ ‘삼팔이’ 등 7마리가 방사된 데 이어 마지막으로 남은 비봉이가 바다로 돌아간 것이다. 비봉이가 그물에 발견된 건 2005년이었다. 그때 나이 3~4살이었으니 지금은 23살쯤이다. 너무 어릴 때 잡혀 수족관 생활만 한 까닭에 야생에 잘 적응할지 걱정된다. 28일간의 훈련을 잘 소화했다고 하지만 그 앞날을 점치긴 쉽지 않다.
수족관 돌고래의 삶은 서글프다.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건만 냉동 생선만 먹으며 휴일도 없이 1년 내내 인간들을 위해 쇼를 한다. 사실상 학대다. 평균 수명 40년인 돌고래가 훨씬 짧은 생을 마감하는 건 그런 스트레스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70마리에 달하는 개체가 조기 폐사했다. 아직도 전국에 21마리(2022년 8월 기준)의 고래류가 유리벽 안에 감금돼 있다고 한다. 굳이 만지고 올라타고 묘기를 보려는 인간의 욕심 탓이다. “한 나라의 도덕적 높이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보면 알 수 있다.” 간디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고 야생 방사가 능사는 아니다. 앞서 방사에 성공한 돌고래들은 대부분 갇혀 있던 시간이 6년 이하였다. 다른 돌고래들은 죽거나 그 흔적마저 없다. 방사 역시 인간의 뜻일 뿐이란 얘기다. 어린 나이에 포획된 비봉이의 경우 야생 경험이 거의 없다. 방사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 야생 서식지와 비슷한 보호구역에서 여생을 보내는 방법이 있지만 현실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모두가 인간이 감당도 못 할 야생에 개입한 무책임의 결과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