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사교육’부터 ‘핵 개발’까지… 제동 풀린 여 당권주자(종합)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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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조경태·유승민…
전당대회 출마 예비 후보들
연일 안보 관련 강경 발언
“총선 때 보수 프레임 발목”
윤상현 등 일각 경계론도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불붙는 가운데, 후보들은 안보와 관련해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보에 민감한 당원 표심을 겨냥한 행보다. 다만 일각에선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쥔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강경 일변도’ 분위기로 흘러가는 데 대해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자강의 시작”이라며 “여성의 ‘군사기본교육’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16일) “북한의 보여 주기식 도발과 막말 위협에 전전긍긍하지 말고, 이제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다 확실하게 지킬 수 있는 ‘과감한 자위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틀째 안보와 관련한 메시지를 쏟아낸 것이다.


또 다른 당권 주자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도 북한을 겨냥한 비판 수위를 높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무기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핵 개발 추진을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전쟁의 광기를 부리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도발만 해도 올해 총 27번째다. 탄도미사일 24회, 순항미사일 3회다. 또한 14일에도 390여 발의 포병 사격을 했다”며 “미친 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미군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북한이 핵미사일과 장사정포, 방사포 등 모든 도발 수단을 총동원하는 것은 오늘 밤 당장이라도 대한민국을 침략할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라며 “오랫동안 강조했듯이 우리도 게임체인저(game changer)를 가져야만 한다. 힘이 있어야 진정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후보들의 이 같은 강경 발언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와 무관치 않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는 당원 투표 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 30%로 대표를 뽑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당 일각에선 일반 국민 대신 당원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하고 있다. 비당원들의 역선택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경선 룰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안보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보수,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심이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를 두고 전당대회 이후를 걱정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최근 대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나날이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자칫 안보에만 치중된 여당 프레임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잠재적 당권 주자로 언급되는 윤상현 의원은 핵 개발 등 국내 핵무기 배치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윤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자체 핵무장은 비현실적”이라며 “우리 스스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훼손하기 때문에 국제적·외교적·경제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고립이 발생할 것이며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나라 경제는 질곡으로 치달을 것이고 미국도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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