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시총 2조 원 넘게 증발… 카카오 그룹주 ‘검은 월요일’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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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5.93% 등 관련주 급락
독과점 규율 의견에 미래도 암울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관련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 주가가 급락한 17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관련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7일 카카오 그룹주의 ‘검은 월요일’이 현실화됐다. 지난 주말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부실 대응 논란이 불거지며 연초 대비 이미 반토막 난 주가는 또 한번 추락을 면치 못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이번 ‘먹통 사태’를 계기로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만큼 카카오 그룹 전체의 성장 동력 자체가 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에서 제기된다.


이날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3050원(5.93%) 내린 4만 83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초반 9% 넘게 급락했지만 오후 들어 낙폭을 축소했다.

카카오뱅크(-5.14%), 카카오페이(-4.16%), 카카오게임즈(-2.22%) 등 카카오 계열사주도 줄줄이 하락했다. 카카오게임즈를 제외한 3개 종목은 이날 52주 신저가를 새롭게 썼다.

시가총액은 하루 새 2조 원 넘게 증발했다. 개장 직후인 17일 오전 9시 10분 께에는 약 3조 5000억 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약 39조 1661억 원 수준이던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게임즈의 시가총액은 이날 37조 1099억 원으로 줄었다.

화재 발생으로 인한 사고보다는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점이 주가 하락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대한민국 대표 IT기업인 카카오가 전산센터 단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계열사 등의 모든 서비스가 불능 상태가 된 것 자체가 충격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의 기본인 데이터센터 복구 시스템이 있는지 여부도 의심스럽다”며 “문어발 확장으로 덩치만 키운 카카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과점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반칙 행위를 제재하는 데 더 힘을 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로 카카오 그룹주에 대한 주가 영향이 상당 부분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영구적인 이용자 이탈로 이어지느냐 여부”라며 “4분기 매출이 최대 1~2%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 국내 사업의 전체 일매출인 약 150억 원 이상이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카카오톡 유저 이탈, 택시·대리운전·선물하기 등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매출 감소,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태가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켰다는 점에서 카카오의 목표주가를 대폭 하향 조정한 증권사도 등장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카카오 목표주가를 10만 6000원에서 6만 5000원으로 대폭 내렸다. 한국투자증권도 카카오 목표주가를 10만 원에서 8만 원으로 조정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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