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업인 대출 늘리고 내륙에 영업점 늘리고… 어민 잊은 수협은행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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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업인 대출, 전체 97% 차지
지역 어업인, 대도시 가야 할 판
“설립 취지 잊은 사기업” 질타

서울시 송파구 Sh수협은행 외경. 부산일보DB 서울시 송파구 Sh수협은행 외경. 부산일보DB

어민의 어업경영 활동을 지원하고 어촌의 자조와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된 Sh수협은행이 비(非)어업인 대출에 치중하는가 하면, 바다 없는 시·도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업점을 개설·운영하는 설립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18일 수협은행으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어업인·비어업인별 대출 및 대출 손실 현황’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올해 8월 기준 어업인과 비어업인 등에게 총 40조 2190억 원을 대출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비어업인에 대한 대출 및 대출금액은 27만 5421건, 38조 9538억 원으로 전체 대출의 96.7%, 전체 대출금액의 97%를 차지했다. 반면 어업인에 대한 대출(9443건)과 대출금액(1조 2652억 원)은 각각 전체의 3.3%, 3%에 그쳤다.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10년 6개월 동안 수협은행이 실행한 대출에서 발생한 손실은 총 1만 2025건, 4887억 원이었다.이 가운데 비어업인에게 실행한 대출(1만 1473건)에서 발생한 손실액은 무려 4767억 원으로 전체 손실액의 97.5%를 차지했다.

윤준병 의원은 “수협은행이 진정으로 해양수산 전문은행이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선 어업인을 위한 자금지원과 손실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회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이날 해양수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협중앙회가 직영하는 128개 수협은행 영업점 가운데 바다가 없는 비연안 시·도에서 운영 중인 경우는 전체의 55%인 총 70개소로, 서울 58개, 대구 4개, 대전 3개, 광주 3개 등 순이었다.

반면 수협의 핵심 사업인 어업경영자금 대출 내역을 보면, 영업점이 3개에 불과한 전남과 경남이 각각 7500억 원과 5330억 원, 영업점이 2개인 제주가 4600억 원, 영업점이 1개에 불과한 경북이 1220억 원 등 영업점 수와 어업경영자금 대출 잔액 규모가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 영세어업인들이 어업경영자금 대출이나 상담을 받으려면 인근 광역시 등 대도시 수협은행으로 가야만 한다는 의미다.

올해 8월 말 현재 수협의 대출 잔액 가운데 53%가 기업 대출이고, 나머니 47%만 개인 대출이었다. 8월 말 현재 대출 금리는 비어업개인 3.73%, 비어업기업 3.61%, 어업기업 1.58%, 어업개인 1.30% 순으로 높았다.

위성곤 의원은 “수협은행 영업점의 서울 집중과 어촌 지역 영업점 부재는 수협은행이 사실상 일반은행과 다름없이 사기업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영세 어업인을 위한 공익적 성격의 금융 서비스와 어촌 지역 활성화 사업에 관심 없는 수협은행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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