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달맞이고개 ‘붉은여우’ 부산 정착할까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명예보호자 시민 3명 선정 중
야생동물 모니터링·돌봄 전담
내년 5월 번식기 이동할 수도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서식하는 붉은여우. 독자 제공
경북 소백산에서 400km를 이동해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일대에 서식하고 있는 붉은여우(부산일보 7월 7일 자 8면 등 보도)에게 '가족'이 생긴다. 국립공원연구원 측은 붉은여우가 당분간 달맞이고개에 정착할 것으로 보고 부산시민들을 명예보호자로 선정해 올겨울을 무사히 나도록 지속해서 돌보기로 했다.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는 달맞이고개에 서식 중인 수컷 붉은여우(개체 고유번호 SKM-2121)의 명예보호자로 부산시민 3명을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명예보호자는 국립공원연구원 측이 야생동물 서식지 주변 주민 등을 선정해 야생동물 모니터링과 돌봄을 맡기는 제도다.
현재 센터 측이 논의 중인 이들은 달맞이고개 일대에 살면서 붉은여우를 처음 발견하고 꾸준히 먹이를 준 '캣 맘' A 씨와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 2명 등 총 3명이다. 센터 측은 최근 이들과 면담을 완료했고 이달 중으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 시민이 야생동물 명예보호자로 지정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센터 측이 붉은여우 포획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올 6월 붉은여우가 해운대 일대로 온 이후 센터 직원 2명이 파견됐다. 이들은 먹이를 둔 포획틀 여러 개를 설치했지만 붉은여우는 후각이 예민해 쉽게 잡히지 않았다. 이에 센터 측은 당분간 명예보호자 제도를 통해 붉은여우를 돌보기로 했다. 명예보호자가 지정되면 센터 직원들은 다시 복귀하게 된다.
다만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붉은여우가 달맞이고개 일대에 100% 정착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번식기인 내년 5월 암컷을 찾아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도 붉은여우는 경북 소백산에 방사돼 강원도 동해시로 옮겼다가 동해안을 따라 부산까지 400km 거리를 이동했다.
이종남 부산야생동물협회 부회장은 “이 붉은여우는 서식할 곳을 찾아서 이동하다 보니 소백산에서 부산까지 오게 됐는데 붉은여우가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 서식한 사례가 없어서 야생동물 연구 자료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붉은여우는 국립공원연구원 생태보전실이 관리하는 암수컷 교배를 통해 지난해 3월 태어났고, 야생적응 훈련을 거쳐 지난해 12월 경북 영주시 소백산 일대에 방사됐다. 도심과 인접한 달맞이고개에서 붉은여우가 목격되자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