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은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
공흥두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장
부울경 지역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산업현장을 많이 다닌다. 요즘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안전을 이야기한다. 안전을 오래도록 해 온 사람으로 20~30년 전 척박했던 안전에 대한 풍토가 현장에서 빠르게 변화되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
기업 경영책임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안전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안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실질적인 안전제일의 시대가 됐다. 안전이 더 이상 경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셈이다.
영국의 비평가 겸 역사가인 토마스 칼라일은 “길을 걷다 돌을 보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던져진 안전을 생각해 본다.
지난해 27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 올해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사회적 이슈가 되는 대형 산업재해 발생 등으로 기업이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면 확보되는 안전을 걸림돌로 인식하기보다 현장에서 안전이 생활화, 습관화, 체질화되도록 관리하고 강화한다면 지속 가능한 기업 발전의 디딤돌이 되리라 확신한다.
최대 관심사가 된 중대법 대응을 보면 기업별로 차이가 난다. 중대법 시행을 기업경영의 환경변화로 인식하고 기업경영전략에 안전을 포함해 예방에 방점을 찍고 처음부터 시스템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면하기 위한 전문 법률가의 조력에 의존하는 기업으로 차별화된다.
단언하건데, 산재예방을 시스템화한 기업과 형식상 서류화(페이퍼의 오류)에 중점을 둔 기업은 향후 5년이 지나면 확연히 차이가 날 것이다. 적극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산업현장의 안전문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해 정체하거나 쇠퇴하는 기업으로 나뉠 것이다.
산업안전은 입구를 튼튼히 해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국가와 기업경영차원에서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 이익이고 선진국형이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정책은 입구인 예방(안전보건공단), 정책, 감독 및 수사(고용노동부), 출구인 보상(근로복지공단)으로 크게 이루어진다.
연간 징수되는 산재보험료(9조 원)대비 산재보상비가 산재예방 지출의 6배에 가깝다. 정부도 예방에 조직과 예산을 더 투입하여 다양한 산재예방 사업으로 입구를 더욱 촘촘히 한다면 보호 대상 늘리기 등 출구를 확대해도 산재는 적게 발생하고 보상비도 줄어들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매출액 대비 적절한 안전보건관리비를 투자하는 것이 산재발생으로 인한 보상비와 작업 중지 등에 따른 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최고 경영책임자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기업의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시기에 안전까지 챙기는 것이 힘든 일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전에 투자하고 관리하여 산재로부터 발생하는 기업 경영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만 소중한 생명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현장의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웃으며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