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년 세월 쌓인 낡은 아파트, 비영리 전시장 되었네 [부산미술, 작가와 공간]
[부산미술, 작가와 공간] 공간 1. 영주맨션
2018년 5월 문 연 대안공간
알찬 기획·공모전 미술계 입소문
여성 예술인 위한 기술 워크숍도
부산시 중구 영초길 51.
53년 된 영주아파트 9-다동에는 미술 전시 공간이 있다.
‘영주맨션’(사진)은 2018년 5월에 문을 연 비영리 대안공간이다. 김수정·노수인 작가와 이봉미 기획자가 “전시 공간을 같이 한번 해보자”며 만든 공간이다. 이봉미 기획자는 “미술계를 오가며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김 작가가 먼저 ‘공간 만들기’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작가들에게 기존 전시장과는 다른 형태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세 사람은 주택을 보러 다녔다. 공간을 구한다는 소문을 들은 한 지인이 '비어있는 아파트' 이야기를 꺼냈다. ‘무상으로 임대해 줄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 지원군을 얻은 ‘전시장 오픈’ 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영주맨션 관리자’가 된 세 사람. 옛집의 세월이 켜를 지은 일곱 겹의 벽지를 벗겨냈다. 이 벽지는 영주맨션 개관전 전시 재료로 사용됐다. 가벽과 전기 공사만 해서 오래된 아파트의 느낌은 그대로 살린 전시 공간이 탄생했다. 개성 있는 시설, 참신한 기획력, SNS 중심의 독특한 운영. 영주맨션은 짧은 시간에 전국 미술 관계자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2020년 영주맨션에서 열린 김경화 개인전 전시 전경. 오금아 기자
지금까지 영주맨션은 18회 정도 전시를 가졌다. 연 평균 5회 정도 전시를 연다. 두 팀을 뽑는 공모전에는 80~90팀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지역 작가의 작업 세계 변곡점을 들여다보는 기획전 '경첩의 축'에서는 박자현, 김경화, 왕덕경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지난해부터는 여성예술인을 위한 공구워크숍과 연계 전시, 포럼 등을 개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주민들도 처음에는 뭐 하는 곳인가 하시더니, 최근에는 방명록에 '몇 호 왔다 감' 이렇게 써놓고 가세요." 이 기획자는 23일부터 열리는 새 전시 '책의 담요'를 소개했다. 나락서점, 발코니 출판사와 함께 기획한 전시이다. "세 명의 미술 작가와 수필 작가를 매칭해서 책 표지를 만들고, 그 원화를 영주맨션에서 전시합니다. 저희 공간에서 전시하고 싶은 작가가 있는 한 이 공간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