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차기 당권 ‘강경 안보 경쟁’ 우려스럽다
잇단 핵무기 주장에 불안감 고조
현실적 대안으로 평화 모색해야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핵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차기 대표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안보와 관련해 핵무장 등 강경 일변도의 주장을 쏟아 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북핵과 동등한 핵을 확보하자며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까지 시사했고, 조경태 의원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핵무기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에 전술핵을 가져오겠다는 공개 발언으로 지역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게임 체인저’를 언급하며 간접적으로나마 핵무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그래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당권 주자들의 이런 행태가 적절한 것인지, 국민들로 하여금 불안감만 부추기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내년 2월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의힘 당헌·당규에는 대표 선출에 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 30%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른바 ‘당심’이 절대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인 당원들은 안보 이슈에 민감한 고령의 보수층이 대다수다. 차기 당권 주자들의 강경 안보 경쟁은 이들을 자극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전술핵과 관련해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 보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사실상 핵무기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인데, 당권 주자들이 거기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강경 안보 경쟁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이 대표적인 경우로, 윤 의원은 “핵무장은 비현실적이고 국제적·경제적 고립을 초래할 뿐이며, 무엇보다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의원의 경고는 현실을 제대로 짚었다고 하겠다. 실제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18일 여당 내의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무책임하고 위험하다고 분명히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특히 “위협을 증가시키는 핵무기가 아니라 긴장을 낮추기 위해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를 통한 비핵화란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북한은 근래 미사일과 군용기를 동원한 공중 무력시위, 방사포 발사, 해상 완충구역 포병 사격 등을 통해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북한의 도발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대안도 없이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 9·19 군사합의 파기 등 마구잡이식 주장을 늘어놓는 건, 미 대사의 말처럼,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적어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되려는 인물이라면 정치적 잇속으로 안보 불안감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남북 간 긴장을 낮추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