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여성군사교육 의무화
1970, 80년대 고교와 대학에서 빠뜨릴 수 없는 공통 과목 중 하나가 군사교육인 이른바 ‘교련’이다. 고교 때 얼룩덜룩한 교련복이라는 것을 입고, 운동장에서 고무로 만든 모형 총기를 들고 군인들이 하는 제식훈련과 총검술 등을 익혔다. 그 시간은 분위기가 다른 수업 때와는 사뭇 달랐다. 수업은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혹 작은 실수라도 하게 되면 어김없이 얼차려가 뒤따랐다. 학생이 아니라 완전히 군인이 된 기분이었다.
대학에서는 2년 동안 매년 군부대에 일정 기간 입소해 현역 군인들과 함께 근무했다. 최전방에서 밤샘 근무를 서면서 북한 아나운서의 카랑카랑한 대남 방송을 들었다. 처음엔 신기한듯 했지만, 밤새 듣고 있으니 그냥 심드렁해졌다.
징병제의 나라에서 학창 시절 받아야 했던, 피할 수 없던 기초군사교육이었다. 이로 인해 예전에 없었던 국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중에 정말로 군대에 가게 되면 이런 일을 매일 할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막연한 두려움만 맴돌았다. 군대에 가는 일도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치러야 할 통과의례로 여겼다. 당시 경험했던 군사교육에 대한 기억은 강렬해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특정한 장면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군대를 갔다 온 지가 벌써 수십 년 전의 옛일이 됐는데도, 아직도 군사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긴장감을 느낀다. 군사교육의 핵심을 이루는 통제와 규율, 제재가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군사교육을 느슨하게 진행한다고 해도,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놀이처럼 행해질 수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군사교육을 떠올리면 아마 각각 자기 경험에 바탕을 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봇물이 터지듯 할 것이다.
최근 여당의 한 정치인이 여성에게도 기본군사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혀 논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력 자원 감소 등 안보 상황을 고려하고, 국민 개개인이 자신을 스스로 지킬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군사교육을 받는다고 자신을 스스로 지킬 힘이 생기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사회적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문제를 여러 측면의 고민이나 검토도 없이 이렇게 불쑥 내놓아야 할 일인지는 의아하다. 의무군사교육이라니 또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