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거제해양플랜트산단… ‘백지화’도 쉽지 않다
민관 참여 특수목적법인 해산 필요
책임 소재 놓고 법적 공방 예상
강서산단, 약 50억 용역비 부담
사업중단 시 변상 소송 가능성
거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예정지인 거제시 사등면 사곡만 전경. 사실상 사업이 백지화 수순을 밟으면서 거제시와 관계사들이 대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부산일보DB
국토교통부 몽니에 하세월 하다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된 경남 거제시 해양플랜트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부산일보 8월 17일 자 10면 등 보도)이 결국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마침표를 찍기 위해 민관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해산해야 하는데, 책임 소재를 놓고 법적 공방이 벌어질 공산이 커 거제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지역사회 피로감,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시가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제시에 따르면 해양플랜트산단 조성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올 7월 실효됐다. 2017년 7월 18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해양플랜트산단은 5년이 지난 올 7월 17일이 기한 만료였다.
이제 국토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환경영향평가부터 다시 해야 한다. 사계절 이상 모니터링을 거쳐야 하는 탓에 최소 1년 이상을 허비해야 한다. 대규모 바다 매립을 둘러싼 찬반 갈등도 재연될 수밖에 없다.
2016년 국토부에 사업 계획 승인을 요청할 당시, 35곳에 달했던 실수요기업도 이제 단 7곳 남았다. 거제시는 사실상 사업 정상화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SPC 최대 지분권자인 부산강서산업단지(주)에 공문을 보내 향후 추진계획 등을 물었다. SPC는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강서산단(30%)과 거제시(20%), SK에코플랜트·쌍용건설·대우조선해양건설(30%), 한국감정원(10%), 경남은행(10%)이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총자본금은 30억 원이다.
거제시는 강서산단 의견을 토대로 이사회·주주총회를 열어 청산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서산단이 석 달째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거제시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사업 백지화에 따른 매몰 비용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강서산단은 사업 추진에 필요한 용역비 46억 9000만 원을 홀로 부담했다. 마땅한 출구 전략이 없는 상황에 거제시가 일방적으로 사업 취소를 요구할 경우, 자칫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다. 사업 예정지 일대가 수년째 토지거래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재산권 행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인근 아파트단지 도시가스 인입이나 학생 통학로 등 실생활과 밀접한 민생 현안까지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희망고문’이라며 집행부의 과감한 결단을 주문하고 있다. 한편에선 해양플랜트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업종을 유치하면서 단계별로 실행 가능한 집행계획을 수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거제시는 예정지 인근에 남부내륙철도 종착역이 들어서는 만큼 역세권 개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박종우 거제시장은 “국가산단 예정구역 내 KTX 역사 구역이 있다”면서 “인근 주민들이 10년 넘게 손해 봤던 부분을 해소할 방안을 찾고 있다. (인접 지역) 주민숙원사업들도 좀 더 챙겨서 이른 시일 내에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