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 고리2호기 연장 주민 공람, 바뀐 게 없다
1차 때 수백 쪽 문서 공람 0.02% 불과
추가 진행에도 다운 차단 등 폐단 여전
18일 오후 부산 남구청에서 <부산일보> 취재진이 고리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열람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내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원전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해 진행 중인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의 주민 추가 공람도 1차 때(부산일보 8월 23일 자 3면 등 보도)와 마찬가지로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1차 공람처럼 주민들이 구·군청을 직접 찾아가 전문적인 내용으로 채워진 수백 쪽의 문서를 직접 읽어야 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 문서를 내려받을 수 없는 불편함이 여전했다.
한수원 고리원자력본부는 지난 6일부터 고리 2호기 계속 운전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추가 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추가 공람은 오는 25일까지 진행되며, 공람 대상 지자체는 부산의 10개 구·군(금정구, 기장군, 남구, 동구, 동래구, 부산진구, 북구, 수영구, 연제구, 해운대구)과 울산의 5개 구·군(중구,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경남 양산시 등 모두 16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고리 2호기에서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해당하는 반경 30㎞ 안에 있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는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이 환경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올해 7월 8일부터 9월 5일까지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1차 공람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홍보가 턱없이 부족해 공람 사실 자체를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 게다가 주민들이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한 보고서를 구청이나 군청을 직접 찾아가 읽어야만 하는 이유 때문에 공람이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리 2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공람한 주민은 대상 주민 387만 9507명 중 0.02%에 해당하는 750명(온라인 포함)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주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용어 명확화와 추가 해설, 사고로 인한 영향 부분을 추가하기 위해 추가 공람을 실시 중이지만, 1차 때와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 1차 공람과 마찬가지로 주민들이 구·군청을 직접 찾아가 500쪽 가까이 이르는 보고서를 읽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초안을 수정한 60쪽짜리 별지도 첨부됐는데, 이 모든 문서를 반출할 수 없다. 고리원자력본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고서 역시 e-북 형태로만 열람 가능하고, 파일 형태로 내려받을 수 없는 것 또한 1차 공람과 동일한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의 공람 대상 10개 지자체 중 보고서를 열람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곳만 7곳에 이른다. 나머지 3곳도 열람 횟수가 1차례 또는 6차례에 그치는 등 실적이 초라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장군청 관계자는 “담당부서에서 1차 공람 때보다 더 많은 홍보포스터를 배부하고, 이장회의를 대상으로 한 홍보나 군보에 게재하는 등 주민들에게 많이 알리려고 했지만 추가 공람을 위해 군청을 찾은 주민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초안이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보니 공정한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불가피하게 파일을 내려받을 수 없게 했다”면서 “정부, 규제기관 등과 논의해 보다 폭넓게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