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제주夜, 우리 버스 타고 만나자”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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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티투어 2층 버스 타고 야간 여행하는 ‘야밤버스’
용두암·용연구름다리·수목원 야시장 등 야경 명소 콕콕

제주시 연동 수목원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야시장. 제주시 연동 수목원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야시장.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 가요 ‘제주도의 푸른 밤’의 이 한 소절만 들어도 가슴이 뛰고 당장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고 싶다. 제주 여행을 계획할 때 ‘렌터카’는 당연하게 선택하던 옵션이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푸른 밤을 만나러 가는 길엔 ‘운전대’도 훌훌 벗어던졌다.


2층 버스 타고 맞는 제주 바람

“안녕하세요, 야밤버스에 탑승한 여러분 환영합니다. 소리 질러~.” “예~에.”

지난 14일 금요일 오후 6시.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야밤버스’가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야밤버스’는 제주 시내 야경 명소를 ‘콕콕’ 골라 운행하는 시티투어버스다. 매주 금·토요일 하루 한 번 운행한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시간, 버스는 공항을 빠져나갔다. 퇴근길과 여행길이 뒤섞여 공항 근처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승용차들 사이에 우뚝 솟은 2층 버스에 앉아 있으니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야밤버스 디제이의 선곡도 흥이 넘친다. ‘퇴근 시간에 떠나는 야경 여행’이라는 생각에 더욱 들뜬다. 하늘엔 주황빛이 번지고 지붕 없는 버스 2층에서 맞는 제주 바람이 상쾌하다.

“우리는 지금 용두암과 용연구름다리로 이동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팀별로 단체 사진 예쁘게 찍어서 전송해 주세요. 인화한 후에 오늘 야밤버스에서 내리시기 전, 추억 사진으로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제주시티투어 야밤버스가 첫 번째로 정차하는 용두암. 제주시티투어 야밤버스가 첫 번째로 정차하는 용두암.

야밤버스가 첫 번째로 내려준 곳은 용해로를 달려서 만난 용두암과 용연구름다리. 올레길 17코스에 속하는 용해로는 제주도 푸른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도로다.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진 바다 풍경이 멋지다. 노을이 살짝 남은 하늘과 검은 바다, 어선 불빛, 불 밝힌 용두암. 신비스러움이 느껴진다.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라는 뜻의 용두암은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굳어져 생긴 바위로, 용연계곡에서 살던 용이 하늘로 올라가던 중 한라산 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다에 떨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용두암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용연구름다리는 오색 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바다와 맞닿은 용연계곡의 풍경은 밤에도 황홀하다. 기암절벽을 잇는 출렁다리인 용연구름다리는 특히 야경이 멋지다. 흔들흔들 다리에 오르자 “예쁘다”라는 탄성과 “사진 찍자”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밤하늘에 날아오른 비행기 불빛도 밤 풍경을 풍성하게 한다.


■즐거운 사연 싣고 즐겁게 추억 찍고

“육지에서 제주로 이주해 왔는데, 오늘 함께하는 친구들 덕분에 제주가 더 좋아졌답니다.” “전남 강진 고향 친구와 함께 왔어요.” “제주 일곱 살 꼬맹이 4총사와 탔습니다.” “제주 토박이인데 야밤버스는 처음이에요. 15살 사춘기 아들과의 데이트라 정말 좋아요.” “엄마와 오랜만에 나왔어요. 늘 우리를 챙겨주느라 고생만 하셔서 죄송해요, 사랑해요.”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제주 한 달 살이 중입니다.”

어영해안도로와 도두봉을 지나쳐 달리는 길은 디제이가 전해 주는 ‘사연 타임’이다. 이날 야밤버스에 탑승한 15팀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친구부터 가족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었다. 야밤버스에 타게 된 사연이 쌓일수록 서로 말을 주고받지는 않아도 ‘내적 친밀감’이 쌓인다. 신청곡들에 이어 디제이의 선곡인 ‘제주도의 푸른 밤’도 흘러나온다.


제주시 연동 수목원테마파크의 LED 공원. 제주시 연동 수목원테마파크의 LED 공원.

수많은 알전구가 멀리서부터 눈길을 끄는 ‘수목원 야시장’은 그야말로 별천지 같다. 1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 만큼 먹고 즐길 거리가 많다. 오래된 소나무 숲 안에 조성된 야시장이라 이색적이다. 마침 핼로윈 시즌을 맞아 호박 조명, 귀신 소품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분위기를 더 들뜨게 한다.

20대가량의 푸드 트럭에서 파인애플주스, 제주오겹살김밥, 흑돼지오겹말이, 흑돼지강정, 볶음우동, 큐브 스테이크, 버거 등 군침이 싹 도는 야식을 팔고 있다. 야시장 안에 테이블이 많이 마련돼 있어 앉아서 즐길 수 있다. 푸드트럭뿐 아니라 소품과 기념품을 파는 부스들도 있다. 지역 소상공인 30여 팀이 참가하고 있다고 한다.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곳도 있고 물고기 잡기, 격파 체험 코너도 발길을 잡는다. 야시장과 반대편 쪽의 LED 공원은 짧게 산책하기에 좋다. 돌하르방, 토끼, 에펠탑 등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빛나고 있다.

야밤버스의 공식 일정은 이곳 수목원 야시장에서 끝난다. 남은 코스는 다시 공항으로 회귀하는 코스다. 야시장에 더 머물러도 되고, 노형오거리, 메종글래드 호텔, 제원아파트 입구에서 내려도 된다. 신제주 근처에 숙소가 있다면 가까이에서 내릴 수 있어 편리하다. 야밤버스는 여름과 봄가을(4월 22일~5월 28일, 10월 7일~11월 26일) 테마로 나뉘어 있으며 코스가 다르다. 여름엔 이호테우 등대, 도두봉, 어영해안도로, 산지천, 동문시장을 방문한다. 이용 요금은 봄가을 일반 6000원, 13살 이하 4000원이다. 제주시티투어 온라인 마켓 ‘탐나오’에서 예약하면 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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