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승기 잡자” … 바이든, 낙태권 보장 ‘승부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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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3주 앞두고 ‘1호 법안’ 공언
공화당 우세 여론 뒤집기 카드 활용
국면전환 인식 커 효과는 미지수
기름값 등 고물가 해결책 등도 고심
전략비축유 최대 규모 방출 발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며 낙태권 보장을 ‘1호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극장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다음 달 8일 중간선거에서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며 낙태권 보장을 ‘1호 법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3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승부수를 띄운다. ‘물가 잡기’ 실패 등으로 중간선거 위기감이 감돌자 국면전환을 위해 낙태권 입법을 최대 쟁점화하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하워드 극장 연설에서 “낙태권 성문화법을 첫 법안으로 의회에 보내겠다”고 밝혔다. 중간선거에 승리해 다수당이 되면 낙태권 보장을 ‘1호 법안’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올 6월 미국 대법원은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례인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대법원은 다수 의견서에서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보수층은 환영, 진보층은 규탄 입장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공화당 우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낙태권 입법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1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49%로, 민주당(45%)보다 4%포인트(P) 높았다. 지난달 같은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1%P 높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민주당 의회·주지사 후보의 TV 광고를 보면 경제·세금 문제보다 낙태권 문제를 더욱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국면전환 카드가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26%)와 인플레이션(18%)을 꼽았다. 낙태권은 5%에 불과해 사실상 ‘먹고 사는 문제’에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은 고물가 문제 해결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 발표 보도에 대한 질문에 “내일(19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고 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추가로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비축유 방출은 미국 행정부 수반의 독자적 권한이다. 고물가 문제가 선거 화두가 되면서 민주당과 바이든 정부가 체감 인플레이션의 핵심 지표인 기름값과 관련해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결정 이후 기름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조치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번에 내놓는 전략비축유는 잔량인 1400만 배럴로, 올해 계속된 방출량 중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의회 지시에 따라 2023년 회계연도에 2600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판매하는 방안을 석유기업들과 논의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계획이 다음 달 8일 미국 중간선거 전에 시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간선거는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 주지사 50명 중 34명을 뽑는 선거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도 담아 차기 대선의 판세를 가늠할 핵심 이벤트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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