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살아가라’ 25번째 큰 울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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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요산김정한문학축전
3년 만에 완전한 형태로 개최
22일 남산동 요산문학관서 개막식
29일까지 심포지엄 등 각종 행사

제25회 요산김정한문학축전이 '차마 묵묵할 수 없는!'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22~29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개막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제25회 요산김정한문학축전이 '차마 묵묵할 수 없는!'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22~29일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개막 공연 모습. 부산일보DB

사반세기를 맞았다. 어느덧 제25회를 맞은 요산김정한문학축전이 22~29일 열리는 것이다. 지난 1996년 요산 김정한의 작고 이후 축전이 ‘요산문학제’란 이름으로 출범한 것이 1998년이었다. 부산에서 한 작가의 이름을 내걸고 최초로 시작하는 문학축제이자 연례행사였다. 당시 요산김정한문학관도, 기념사업회도 없던 상황 속에서 제1회 행사를 주죄한 것은 ‘부산민족문학작가회의’였다. 당시 회장 조갑상 소설가는 현재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출범 당시 행사는 민족미학연구소 부산환경운동연합도 함께 참여하면서 ‘종합적인 지역 문화운동’을 지향했다.


그 지향이 엷어지고 두꺼워지는 사반세기 속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라’는 요산 문학정신은 계속 울려 퍼져나갔다. 사람다움, 사람됨과 글쓰기는 상당한 함수관계를 지니는 것이다. 글은 한갓된 것일진대 그 바탕에 ‘사람됨’이 있어야 비로소 글의 울림, 힘, 확장력,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일 테다.

그 글쓰기 지향이 담긴 것이 올 축전 슬로건 ‘차마 묵묵할 수 없는!’이다. 소설가 정영선 축전 운영위원장은 “슬로건은 ‘모래톱 이야기’에서 요산이 20년 넘게 붓을 들지 않다가 이 이야기만은 꼭 해야 한다며 쓴 서두”라며 “조용하지만 힘 쎈 말”이라고 했다. 요산은 외진 모래톱에 사는 한 소년과 그 할아버지의 억울하고 기막힌 사연이 세상에서 버려져 있다는 것에 대해 차마 묵묵할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본과 권력에 움츠려드는 지금, 그 말씀의 힘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올 축전의 한 특징은 코로나19로 제대로 치르지 못한 일부 행사를 3년 만에 다시 재개한다는 것이다. 22일 개막식 날 열리는 백일장(낮 12시 문학관)과, 이미 지난 15일 치른 문학기행이 그것이다. 22일 경남 양산의 요산 묘소를 참배하는 고유제(오전 9시30분 한양프라자 앞 출발)에 이어 열리는 개막식(오후 3시 문학관)에는 차정인 부산대 총장이 참석해 축사를 한다. 요산은 부산대 교수를 지냈는데 그 인연을 기념하고 기리면서 지역대학과 지역문학의 접점을 앞으로 발전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한다. 개막공연에 남산동 풍물단과 함께 부산대 남성 합창단도 나선다.

26일 오후 6시30분 남포문고문화홀에서 열리는 문학콘서트 ‘시간의 향기’는 빼어난 소설로 부산문학의 지평을 확장한 이후 루게릭병 투병을 하다가 지난해 향년 63세로 타계한 고 정태규 소설가 추모 행사로 꾸민다. 29일 폐막식 날 열리는 요산김정한심포지엄(오후 2시, 문학관)은 ‘요산 문학 기념의 미래’를 큰 주제로 3건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뤄진다. ‘문학관 전시 내러티브와 기념의 정치’(문재원·부산대), ‘문학의 수행성’(박숙자·서강대) ‘요산 김정한 문학의 교과서 수용 양상과 교육적 전망’(명수현·부산대)은 요산을 기려왔던 사반세기 족적의 반성과 새 향방을 타진하는 주제발표다. 상찬 자리로서는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27일 오후 5시 부산일보사)과 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 수여식(29일 오후 5시 문학관)이 열린다. 기념사업회 조갑상 이사장은 “축전 사반세기를 맞는 가운데 협소해진 우리 문학의 시야를 넓힌 요산의 작가정신을 많은 시민들이 함께 누렸으면 한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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