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핵실험 명분 축적 의도 분석

북한이 지난 18일 밤 동·서해 완충구역에 포병사격을 감행한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9일 낮 12시 30분 황해남도 연안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100여 발의 포병사격을 했다. 전날 오후 10∼11시부터 서해와 동해의 해상완충구역으로 포탄 250여 발을 퍼부은 데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를 잇달아 위반한 것이다. 우리 영해로의 낙탄은 없었지만, 군은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즉각 도발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경고통신을 수차례 실시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북한은 남측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연일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는 포 사격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오늘 오전 8시 27분경부터 9시 40분 사이에 아군(북한군) 제5군단 전방 전연(전방)일대에서 적들이 또다시 10여 발의 방사포탄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며 ‘적반하장식 발표를 했다. 총참모부는 14일, 15일에 내보낸 대변인 명의 발표에서도 최근 철원 일대에서 있었던 주한미군의 다연장로켓(MLRS) 사격훈련을 거론하며 그에 대한 경고로 포병 사격에 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남측 일부에서 제기되는 9·19 군사합의 파기론에 기름을 부어 추가 도발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빌미로 정세 격화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 7차 핵실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비친다.

이날 연이은 도발로 북한이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중국 공산당 당대회 기간인 16∼22일에는 무력 시위를 자제하리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 전망도 무색해졌다. 다만 포탄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어서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 당국의 대응도 두꺼워지는 모습이다. 이날 항공기 추적 서비스 에어크래프트스폿에 따르면 미 공군의 B-1B 전략폭격기 2대가 사우스다코타주 엘즈워스 공군기지를 출발해 18일 오전 7시(UTC·협정세계시간) 괌의 앤더슨 기지에 도착했다. 괌은 한반도로부터 2시간 거리에 있다. B-1B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전개 예상 1순위에 꼽히는 미 전략자산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