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당대회 시기 지연 분위기에 당권주자들 셈법 복잡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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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자리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하지만 정작 전당대회 시기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진석 비대위’의 당협위원회 정비 일정을 고려, 당초 예정됐던 ‘1월 말 2월 초’보다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후보들 셈법은 복잡하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을 끝낸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후 사고 당협 정비와 당무감사에 들어간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19일) 윤석열 대통령과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에 참석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이른바 사고 당협이 68곳이다. 68곳을 채우지 않고 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다”며 당협 정비 의지를 재천명한 바 있다.

 이에 기존 정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 시점으로 언급했던 내년 초 전당대회는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 부산 북강서갑과 경남 김해갑, 양산을 등 사고 지역 공모, 254개 당협 당무감사 등을 고려하면 내년 초까지 전당대회는 힘들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정진석 비대위’의 당협 정비 자체를 두고 당내에선 ‘친윤계의 내부 사정’이란 반발이 공개적으로 제기돼 더 지체될 수 있다. 국민의힘 천하람 전남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정진석 비대위는 당의 혼란을 순간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관리형 비대위”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갑 진수희 당협위원장도 “비대위는 말 그대로 당의 비상상황일 때 잠깐 하고 끝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준석계 솎아내기 또는 친윤계 줄세우기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전당대회 지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현재 비윤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다수 여론조사에서 1위로 나타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의 이번 당협 정비를 통해 비윤계 힘을 빼는 동시에 친윤 세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친윤 주자로 꼽히는 국민의힘 김기현, 윤상현 의원도 마냥 이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우위에 있는 유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윤 후보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내년 초 개각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복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 권영세·원희룡 장관 등 내각 인사들이 전대 레이스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비대위가 가처분 정국을 벗어나자마자 당협위원장 67곳을 공모한다고 한다. 조강특위 구성 후 전체 당협 253곳 당무감사까지 검토한단다”며 “정상적인 당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만 전념해야 할 비대위가 갑자기 당 조직들을 재편할 이유가 있을까”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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