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관광 일번지 해운대, ‘무늬만 특구’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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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호텔 부지 수익형 시설로 난개발
시·구청, 특급호텔로 개발 행정력 가해야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과거 전경. 현재 이 부지에 개발업체가 수익형 부동산 위주의 건축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 과거 전경. 현재 이 부지에 개발업체가 수익형 부동산 위주의 건축물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해운대 관광특구를 대표하는 그랜드호텔 부지에 일부 계층만이 소유하는 수익형 부동산 위주의 고층 복합건물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해운대해수욕장과 송림공원, 동백섬을 조망하는 천혜의 위치인 그랜드호텔 부지에 오피스텔 468실과 호텔 195실 및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125실로 구성된 44층 4동짜리 복합용도 건축물 건축심의를 해운대구청에 신청했다고 한다. 업체는 지난해 오피스텔 건설 위주의 난개발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로 신청서를 회수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건축 조감도와 평면도 등 세부 신청 서류까지 제출하는 등 사업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건축심의 신청서에 따르면 신규 호텔은 객실이 195실에 불과해 과거 그랜드호텔 320실 규모의 6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나머지 건물 대부분은 오피스텔과 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 시설 위주여서 사업자가 호텔 구색만 겨우 갖춘 뒤 천혜의 해운대 조망을 배경으로 ‘부동산 장사’를 하려고 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광 및 컨벤션 업계에서는 향후 코로나19 사태 종결은 물론이고, 가덕신공항 건설이 완료되고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성공할 경우 국내외 관광객 및 국제회의와 국제 컨벤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해운대 관광특구에 특급호텔 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역사회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참여연대와 부산경남미래정책 등은 “해운대 그랜드호텔 부지에 엘시티 사례처럼 업자의 이익에 따라 특급호텔이 아닌 일부 부유층이 독식하는 수익형 부동산이 들어서면 해운대 관광특구가 사라지게 된다”면서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주거형 부동산이 건설되면 해운대의 핵심 관광 자원인 동백섬과 해수욕장, 송림공원 등 천혜의 자연환경 조망권을 특정 계층만이 독점하게 돼 해운대 관광특구는 ‘껍데기 특구’ ‘무늬만 특구’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부산의 보물인 해운대 바다 조망은 어느 누구도 독식할 수 없다.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민간 건설업체의 부동산 개발 이익이 아닌 관광·컨벤션 도시 부산의 미래를 위해 난개발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경관·건축심의를 통해 해운대해수욕장 중심경관지구에 속해 있는 이 특급호텔 부지가 민간사업자를 위한 주거 위주의 수익형 부동산이 아닌 특급호텔 원래 용도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하기를 촉구한다. 특급호텔 부지를 부동산 가치만 우선시하며 개발 사익을 추구할 경우 건축허가 불허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해운대는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공재이다. 시민들은 이 과정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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