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무장관도 사임… 벼랑 끝 몰리는 트러스 총리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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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관 이어 브레이버먼 19일 돌연 사임
감세안 발표 후폭풍·총리 국정 운영에 불만
존슨 전 총리 낙마 부른 내각 엑소더스 위기
트러스, 감세안 사과하면서도 사퇴는 거부

19일 하원에서 연설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19일 하원에서 연설하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달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점차 거세지는 대규모 감세안 발표 후폭풍으로 조기 낙마 위기에 몰렸다. 정치적 동지였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까지 사임하면서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낙마를 부른 내각 ‘엑소더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의 감세 정책을 적극 옹호해왔던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돌연 사임했다.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이날 총리에게 “실수를 저질렀고,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 의사를 전했다. 이민 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외부에 유출해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다.


그러나 가디언은 규정 위반은 내각에서 비일비재한 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 위한 형식적인 구실로 봤다.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사퇴 의사와 함께 “문제가 사라지기를 그저 바라기만 하는 건 성공 가능한 접근법이 아니다”라면서 트러스 총리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러스 내각의 이탈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주에는 감세안 실책의 책임으로 최측근이던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경질됐다. 지난달 23일 영국 정부는 약 450억 파운드(72조 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에 빠지자 소득세 상위 45% 세율 폐지안 등을 철회했다. 이로 인해 트러스 총리는 야당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하원에서 열린 총리 질의응답에서는 트러스 총리의 발언에 의원들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온라인 설문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17~18일 보수당원 5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트러스 총리가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14~16일 일반 성인 172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트러스 총리를 좋아한다는 답이 전체 응답자의 10%에 불과해 트러스 총리의 사퇴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왔다. 의원 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총리 교체가 상대적으로 쉽다. 국민이 아닌 당원이 뽑은 대표이기 때문에 당 내부 절차에 따라 대표를 바꾸면 된다. 집권 1년도 안 된 총리의 교체는 이례적인 일로, 만일 올해 안으로 트러스 총리가 물러난다면 역사상 최단명 총리로 기록된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감세안이 실수였다는 점을 사과하는 동시에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전했다. 트러스 총리는 야당의 사임 요구에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존슨 전 총리 때처럼 내각 줄사표가 이어질 경우 더는 버티기 어려울 전망이다. 존슨 전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긴 사실이 드러나 수낵 전 재무장관을 시작으로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BBC는 현재로서는 트러스 내각이 핵심 충성파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콰텡 장관에 이어 브레이버먼 장관의 후임자는 모두 당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인물로 채워졌다. 콰텡 장관 후임인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과 신임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그랜트 섑스 전 교통장관은 앞서 보수당 경선에서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지지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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