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몰려오는 거대한 물고기 떼… 부산·경남 바다에 일 났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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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어리 집단폐사 원인 갑론을박
수과원 “산소 부족 따른 질식사”
멸치에 딸려 왔다 버려졌단 말도
해운대·통영 한산도에 정어리 떼
정어리 위판량 작년보다 6358배
송도해수욕장 멸치 떼는 태풍 탓

부산·경남 연안에서 정어리와 숭어 등이 집단폐사하면서 그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온·해류 등의 영향부터,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어선들이 버렸다는 의견 등 여러가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창원 마산만 정어리떼 폐사 원인, 산소부족VS 어민들의 투기?

지난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에 집단 폐사한 어린 청어가 놓여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나흘간 마산만 일원에서 떼죽음한 어린 청어를 수거한 양이 69.7t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만 일대에 집단 폐사한 어린 청어가 놓여있다. 창원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전날까지 나흘간 마산만 일원에서 떼죽음한 어린 청어를 수거한 양이 69.7t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부터 창원시 마산만 내에서 정어리가 집단폐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까지 총 202t이 수거됐다. 이를 두고 정어리떼 개체 자체가 많아지면서 산소가 부족해 폐사 했다는 주장과 정부의 규제탓에 권현망 어선이 정어리를 버렸다는 의견 등이 엇갈리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현장조사, 생물 분석, 해양환경, 해양물리, 적조 및 수산자원 변동 등의 여러 항목을 조사한 결과 산소부족에 의한 질식사로 결론지었다. 연안으로 정어리떼가 몰려들면서 산소가 부족해 폐사했다고 수과원은 분석했다. 수과원에서는 정어리 폐사가 발생한 해역에서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한 점 △산소부족으로 폐사할 때 특이증상인 입을 벌린 폐사체가 다수 발견된 점 △집단 폐사를 일으킬만한 전염병원체나 유해적조생물 및 유해물질 등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멸치잡이를 주로 하는 권현망 어선이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바다에 버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현망 선단은 촘촘한 그물코의 대형 끌그물로 멸치 떼를 쫓는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 수산업법을 개정하면서 권현망은 ‘멸치만 포획’하도록 명문화 했다. 준법 조업 과정에 잡히는 소량의 혼획도 금지다. 작은 정어리를 한 마리라도 잡으면 위법 행위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떼로 몰려다니는 멸치 어군에 그물을 던지는 방식으로 조업을 하는 과정에서 정어리떼가 혼획됐을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어민들도 있는 상황이다.

또한 다른 어민들은 소형선망이 운반하지 못한 정어리를 풀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한 어민은 "소형선망이 정어리를 잡다가 운반선으로 미처 나르지 못한 나머지 고기들을 그물에서 풀었고 해당 개체들이 어군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통영 용초도 해안·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정어리떼... 원인은?

지난 15~16일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떼. 대부분 15cm 내외 성어로 줄잡아 수 십만 마리로 추정된다. 부산일보DB 지난 15~16일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으로 밀려온 정어리 떼. 대부분 15cm 내외 성어로 줄잡아 수 십만 마리로 추정된다. 부산일보DB

앞서 지난 15~16일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 해안과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정어리떼가 출몰한 것과 관련해서는 어민들은 고수온 탓에 온도에 민감한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떼가 연안으로 밀려온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난히 온도에 민감한 회유성 어종이 연안으로 많이 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남하해야하는 어종들이 북쪽에서 발견되는 등의 현상을 봤을때, 0.1도에도 민감한 어종들이 연안으로 몰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어리는 1~3월 사이 먼바다인 근해에서 주로 어획됐는데, 작년과 올해는 유난히 가까운 바다에서 어획되는 경우가 많다고 수과원은 분석했다.

또한 원래 용초도 해안에 정어리떼가 목격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많이 모인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어획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아열대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는 9~11월이 제철이다. 대부분 경남 연근해에서 잡힌다. 그런데 1~9월까지 경남 남해안에서 잡힌 정어리가 수협 위판량 기준 4425t(전국 4469t)에 달했다. 10년간 평균치인 1024t의 4.3배다. 작년(696kg)과 비교하면 무려 6358배 많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정어리떼가 등장하자 한 시민이 정어리떼와 수영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정어리떼가 등장하자 한 시민이 정어리떼와 수영을 즐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하지만 수과원은 용초도 해안과 해운대해수욕장 정어리떼 출몰과 관련해서는 △포식자를 피해서 들어오는 경우 △야간에 먹이를 찾아 불빛을 쫓아 들어왔다가 나가지 못한 경우 △해류에 의한 영향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과원 관계자는 "정확하게 조사를 해야 알 수 있겠지만, 난류가 유난히 올해 우리나라 연안에 크게 작용해 온도에 민감한 회유성 어종인 정어리가 연안으로 밀려 왔을 수도 있고, 포식자를 피해서 모였거나, 야간에 먹이를 찾았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경우 모두를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 숭어 폐사, 미스터리로 남나?... 송도해수욕장 멸치떼는 태풍 탓

지난 17일 오전 8시 15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숭어 1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창원해경 제공 지난 17일 오전 8시 15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숭어 1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창원해경 제공

가덕도에서 숭어가 집단으로 폐사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해당 자치단체가 사고 숭어 시료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원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항어촌계에서 원인 규명을 위해 별도로 집단 폐사 현장 인근에 있던 살아있는 숭어를 잡아 수과원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이번 집단 폐사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근 어민들은 "올해 유난히 숭어가 많이 잡혔고, 그물안에서 많은 숭어들이 눌리다보니 상품성이 떨어져 항구에 들어오기 전에 버리고 오는 경우가 있다"며 "그물에 눌려서 상품성이 떨어진 숭어를 버린 거기 때문에 폐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숭어가 유난히 올해 많이 보인 것에 대해서는 추측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 멸치떼가 등장하자 시민들이 투망을 이용해 멸치를 잡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15일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에 멸치떼가 등장하자 시민들이 투망을 이용해 멸치를 잡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한편, 지난달 15일 부산 송도해수욕장에도 멸치떼가 목격됐다. 해변가에 나타난 멸치 떼는 10cm 크기의 큰 멸치들이었다. 이를 잡으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멸치 떼가 연안에서 발견된 것은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추정됐다. 추석 전 힌남노 태풍으로 인한 강풍으로 파도가 거셌던 만큼 멸치들이 안전한 서식지를 찾다가 연안까지 몰려오게 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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