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껍질을 탐사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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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진우 사진전 ‘셸-비저블&인비저블’
30일까지 금정구 아트스페이스 이신
죽음 이후 조개 껍질의 변화 과정 포착
추상적 그림처럼 아름다운 내면 담아

문진우 'Shell-Visible & Invisible Series #21'. 아트스페이스 이신 제공 문진우 'Shell-Visible & Invisible Series #21'. 아트스페이스 이신 제공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변신.

사진전 ‘셸-비저블&인비저블(Shell-Visible&Invisible)’은 사진가 문진우의 변신을 볼 수 있는 기회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부산을 기록하고, 시대를 기록한 문 사진가가 ‘예술사진’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문 작가는 자신의 작업실과 인접한 광안리 바닷가를 산책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조개껍질 사진을 보여준다. 조개껍질을 통해 사물의 생성과 소멸의 과정,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물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자리다.

생명체로서의 조개는 주변 환경에 따라 죽음 이후 껍질의 형태로 남는다. 남겨진 껍질은 그 자체가 하나의 사물로 존재하게 된다. 그러면서 사물이 된 껍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또다시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조개 원래의 모습, 죽음 직후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게 된다. 수없는 변신과 새로운 탄생 끝에 조개껍질은 눈꼽만한 모래알이 된다.

문 사진가는 껍질에서 모래알까지의 진행 과정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이 사진은 사물을 찍은 정물 사진인 동시에 추상의 미학을 더한 사진으로 확장된다. 동시에 변화의 과정, 즉 움직임을 담아낸 사진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진우 'Shell-Visible & Invisible Series #10'. 아트스페이스 이신 제공 문진우 'Shell-Visible & Invisible Series #10'. 아트스페이스 이신 제공

전시에서 소개되는 사진 속 조개껍질은 직경 4~5cm부터 시작해, 가장 작게는 직경이 5mm인 것도 있다. 겉모습은 단순한 조개껍질이지만 라이트 박스의 빛을 통해 깊은 내면의 색을 드러낸다. ‘조개껍질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을 품고 있었나’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보이는 것 이면의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만든다.

문 사진가는 이번 작업에서 자연광을 넘어 찍히는 대상 자체에 또 하나의 빛을 첨가했다. 그 빛을 통해 조개껍질이 가진 기존의 정체성을 해체시킨다. 조개껍질을 눕히고 세우고 다양한 각도에서 들여다본 작업을 통해 관람객은 '조개껍질이 남긴 하나의 추상화'를 만나게 된다.

‘셸-비저빌&인비저블’은 부산 금정구 장전동 아트스페이스 이신에서 30일까지 열린다.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 사진으로 탐사한 ‘껍질 속 작은 우주’를 조우할 수 있는 전시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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