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속성을 캔버스에 옮기다
김근태 회화전 ‘디스커션’
30일까지 데이트갤러리
돌가루 반죽·접착제 섞어
캔버스에 흘려 쌓는 작업
김근태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돌의 속성’을 존중힌다. 데이트갤러리 제공
캔버스 위에서 동양 철학을 만나다.
김근태 회화전 ‘디스커션(Discussion)이 3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린다.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한 김근태 작가는 ‘존재와 진리에 대한 탐구’를 동양적 미학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다. 그의 작업은 2020년 베트남국립미술관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현대미술 교류전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 작가의 작업은 1990년대 경주 남산 등반 과정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성에 압도된 작가는 도자, 불상, 석탑 등에서 ‘자신의 뿌리와 근원이 여기에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태어날 때부터 내 몸이 알고 있었던 것.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정신의 미학, 그것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근태 ‘Discussion’(2022). 데이트갤러리 제공
현대 한국인이 망각하고 있는 우리 고유의 한국적 정서. 작가는 돌의 속성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고 재현하기로 했다. 그는 희석한 돌가루 반죽을 접착제와 섞어 묽은 농도의 독자적 매체를 만들었다. 이것을 캔버스에 부어 흐르는 상태를 주시하며 놓아두기도 하고, 캔버스 방향을 조절하며 흐름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흘림의 과정에서 ‘돌가루 물감’의 표면에 기포가 생기기도 하고 물감이 캔버스 옆으로 흘러내리기도 했다. 작가는 이를 “석분(돌가루)의 속성을 존중했다”고 표현했다. 자연에서 온 재료의 물성을 살리고 돌가루 물감의 속성을 존중한 작업. 작가의 예술적 욕망을 일정 부분 자연적 흐름에 양보하고 매체와 타협한 시간이 작품 속에 배어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