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지혜의 바다 대신 중앙도서관으로”
거제도서관 폐쇄 우려 등 이유
2023년부터 5000㎡ 규모 추진
시 “공론화 과정 거쳐 만들 것”
‘전임 시장 업적 지우기’ 논란 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공론화
2018년 4월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옛 구암중학교 체육관을 증축해서 만든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의 ‘지혜의 바다 도서관 백지화’(부산일보 10월 4일 자 10면 보도)를 둘러싼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보이콧 방침 발표 이후 ‘전임자 업적 지우기’ 논란과 함께 지역사회 여론도 찬반으로 갈리는 상황에 시장이 나서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정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거제시는 지난 20일 자 보도자료를 통해 “거제시체육관을 리모델링해 지혜의 바다로 조성하고 체육관은 별도로 신축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면서 “대신,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000㎡ 규모의 (가칭)거제시 중앙도서관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혜의 바다 도서관은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 복합 독서문화 공간이다. 민선 7기 시장 공약이었던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의 하나로 작년 9월 도교육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사업을 구체화했다. 100억 원 규모 사업비는 전액 도에서 지원받는다. 계획대로라면 창원, 김해에 이은 도내 3번째로, 규모 면에서 최대 시설이 된다.
그러나 지난 6·1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뀌고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서 한순간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거제시는 체육관을 리모델링할 경우, 13만여 권의 장서고를 보유한 기존 거제도서관이 폐쇄될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또 대체 시설 기본계획·타당성 검증이 전무한 데다, 체육관 장기간 미사용, 체육시설 분산에 따른 시민 불편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는 대체 시설로 국제규격에 부합하는 3500석 이상 규모 체육관을 신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구체적인 장소와 재원 마련 방안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100억 원 예산을 지원 받으려면 시 자산인 체육관과 탁구장을 도교육청에 30년 무상 조건으로 임대하고, 체육관을 별도로 신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반면 (가칭) 중앙도서관을 신축하면 일련의 문제를 단박에 해소할 수 있다는 게 거제시의 설명이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업비의 최대 40%가량을 지원받는다. 추정 사업비가 250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100억 원 상당을 국비로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체육시설 분산 걱정도 없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이를 토대로 ‘거제시 도서관 발전종합계획 수립 용역’과 문화체육관광부 ‘도서관 신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위치는 상문동 내 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시는 중앙도서관이 완성되면 면·동에 산재해 있는 시립도서관, 스마트도서관, 작은도서관 등을 총괄 관리하게 된다. 체계적인 도서관 정책을 수립, 시행할 수 있는 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거제시의회 한은진 의원. 부산일보DB
박종우(국민의힘) 시장은 “취임 후 살펴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다”면서 “용역 결과와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지역 위상에 걸맞은 시민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에선 찬반이 분분하다. 합리적인 결정이란 옹호론에, 노골적인 전 시장 업적 지우기란 반론도 만만찮다. 시의회 내부에서도 반발 여론이 고조되면서 정쟁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제9대 시의회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석 대 8석’으로 여야 동수다.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도서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한은진(민주당) 의원은 내달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다시 한번 도서관을 공론화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무작정 반대하는 건 아니다. 둘 중 어느 게 더 효율적이고 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가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태열 의원은 “백지화 근거로 든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MOU에 앞서 체육회가 체육관 이전 건의서를 낼 만큼 체육인도 공감한 사업”이라며 “계속 추진되도록 의회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