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일부 시외버스→농어촌버스 전환 추진…시·군 ‘반발’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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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9개 시·군에 의견 타진 공문
해당 지자체 “예산 부담 떠넘기기”
시내버스 업계도 반발 심할 듯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전경. 김현우 기자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전경. 김현우 기자

경남도가 일부 시외버스를 ‘농어촌버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상 시·군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경남도가 시외버스 노선을 농어촌버스로 돌리면 관리 주체가 각 지자체로 바뀌게 돼 재정 부담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일선 지자체는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중교통 적자분을 대부분 보전해주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4개 시(창원·진주·김해·거제), 5개 군(의령·창녕·하동·산청·합천)에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계획 변경 신청 관련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다. 시외버스 업체 경영 개선과 도민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시외버스를 시내·농어촌버스로 업종전환하기에 앞서 지자체에 의견을 묻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상 지자체들은 “농어촌버스 업종전환은 꼼수”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경남도가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일선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일부 시외버스 노선은 승객 감소와 고유가 문제로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현우 기자 일부 시외버스 노선은 승객 감소와 고유가 문제로 적자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현우 기자

현재 경남 시외버스 업계는 코로나19와 고유가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인기 노선은 그나마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있지만, 비인기 노선은 적자 폭이 커지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특히 군 단위 주민들은 버스 노선이 줄어드니 이동에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경남도는 시외버스 업체들에 농어촌버스 전환 의사를 물었다. 이에 도내 부산교통(주), 영화여객(주), 신흥여객자동차(주), 동아여객자동차(주), 거창고속(주)이 전환을 신청했다. 5개 업체의 17개 노선에 해당한다.

진주~산청(홍계) 2개, 진주~하동(옥종) 7개, 창원(마산)~의령 1개, 창원(남마산)~거제(장승포) 2개, 김해~창원 2개, 창원(마산)~창녕(부곡) 1개, 부산서부~김해(진영) 1개, 진주~합천(대병) 1개 노선이다.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시외버스. 김현우 기자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시외버스. 김현우 기자

모두 이용객이 적은 적자 노선으로, 경남도가 한 대당 30% 정도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경남도가 조금씩 예산을 증액하고 있지만 줄어드는 승객 수나 고유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쳐 업체 부담과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한 노선당 적자는 연간 1억 원 정도인데, 여기에 시외버스가 농어촌버스로 바뀌면 요금까지 낮아져 실제 지원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남의 한 지자체 교통과 관계자는 “경남도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일선 시·군에 미루고 있다”며 “재정 부담 탓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농어촌버스로 전환하면 파업을 했을 때 경남도가 아닌 지자체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시외버스. 김현우 기자 터미널에서 대기 중인 시외버스. 김현우 기자

시내버스 업체들의 반대도 예상된다. 시외버스가 시내버스로 전환되면 기존 업체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미 노선이 포화상태인 만큼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 지자체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더라도 반대쪽 지자체가 반대하면 결국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다시 농어촌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도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일단 오는 27일까지 각 시·군 의견을 받은 뒤 사업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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