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오세훈 대신 박형준 손 ‘번쩍’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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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보다 부산 엑스포 지원 천명
산은 이전도 무게… 차기 주자 견제용 해석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DB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일보DB

박형준(부산) 오세훈(서울) 두 거대 광역단체 시장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놓고 사사건건 충돌한다. 그런데 최고 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오 시장보다 주로 박 시장 손을 들어주고 있다. 왜 그럴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방한에 맞춰 2036년 서울올림픽 유치 카드를 불쑥 꺼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곧바로 “전혀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윤 대통령도 20일 203개국 체육계 수뇌부들이 모인 국가올림픽연합회(ANOC) 서울총회에 참석해 올림픽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2036 서울올림픽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바흐 위원장 등 국제 스포츠계 핵심들과 만찬 때 윤 대통령의 인사말 초안에는 서울올림픽 유치 언급이 들어 있었지만 실제로 발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2030부산월드엑스포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올림픽 유치까지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현 정부는 윤 대통령 국정과제에 포함된 부산엑스포 유치가 최우선인 만큼 개최도시가 정해지는 내년 11월까지는 ‘엑스포 총력전’에 나설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챙기는 것은 물론 정부와 대통령실 고위 인사, 정치인들을 각국에 파견하는 등 엑스포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업무 비효율성’을 이유로 산은 부산이전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강석훈 산은 회장은 20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부행장을 중심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있는데 적절한 시점에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며 부산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산은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바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올 8월 부산항 신항에서 주최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강 회장을 직접 참석시켜 산은 부산이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와 산은 부산 이전이 자신의 대선공약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 의도적으로 박형준 시장 손을 들어주는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하는 오 시장에 대한 ‘견제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조기에 부상하게 되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잖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 시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두터운 신뢰도 한몫한다는 분석이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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