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어디든 간다…경남경찰 만능 수색 개·드론팀 ‘숨은 영웅’
단 5명이 경남경찰 수색 현장 중추 맡아
하늘에 드론·육지에 체취견·수중에 경찰관
주말·휴일 당직은 애로, 업무 집중도 부족
경남경찰청 체취견 블랙. 경남경찰청 제공
# 1. “멍멍!” 지난 18일 오후 3시 55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무학산 중턱에서 ‘블랙’이 세차게 짖었다. 핸들러(조련사)인 경남경찰청 과학수사대 홍진홍 경사와 이곳을 수색 중이던 체취견 블랙의 울음소리였다. 블랙이 짖고 있는 곳에서 실종됐던 50대 남성(지적장애 3급)이 기력 없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없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 2. 지난 8월 14일 광복절 연휴. 통영시 사량도를 찾은 김모(66) 씨는 산행 중 일행들과 떨어져 조난을 당했다. 경남경찰은 긴급상황으로 판단, 드론팀을 헬기로 지원했다. 도착 1시간여 만에 탈진한 김 씨가 발견됐다. 초점을 맞춘 후 360도 원을 그리는 비행 기법인 POI(Point Of Interest) 등으로 드론 수색을 진행했다. 김 씨 역시 건강에 문제가 없어 귀가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차차 떨어지자 경찰의 수색 현장에는 긴장감이 더욱 감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색해 ‘골든 타임’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실종자의 생사가 갈린다.
경남경찰청 소속 체취견팀은 지난해 47건, 올해 31건의 수색을 지원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매달 3 차례 이상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또 수색 드론을 운용하는 무인항공기운용팀은 최근 3년간 136차례 현장에 출동해 14명의 실종자를 발견했다.
드론으로 수색을 시작하는 경남경찰청 무인항공기운용팀. 경남경찰청 제공
드론은 개활지와 같은 광범위한 곳에서 활용도가 크며, 체취견은 수풀이 우거져 드론으로는 수색이 어려운 산악 등에서 주로 활약한다. 체취견은 발달된 후각을 활용해 실종자, 용의자 등의 체취를 추적하는 등의 임무를 맡는 특수목적견이다.
최근 경남경찰의 수색 첨병인 이들 ‘개·드론팀’은 한 단계 더 진화한 수색의 길을 제시해 주목 받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혁혁한 성과를 내며 협업하는 이들을 우스갯소리를 보태 ‘개·드론팀’이라 부른다.
섬이나 해안을 수색할 일이 잦은 드론팀은 올 8월 드론에 수중으로 음파를 보내 사람이나 물건 등을 찾아내는 음파탐지기를 장착했다. 육해공 어디서나 수색이 가능한 경찰로 거듭난 것이다.
경남경찰청 무인항공기운용팀장 이승도 경위(맨 왼쪽) 등 경남청 드론팀은 지난해 12월 열린 '2021 공공분야 드론 조종경진대회 수색·탐색'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경남경찰청 제공
이에 더해 개·드론팀은 자발적으로 수중 수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핸들러들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취득 중이거나 이미 취득했고, 드론팀은 모두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에 합격해 수중 수색의 구성요건을 갖췄다. 수중 실종자 수색 때 잠수부·보트만 활용하면 신속한 구조가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노력으로 음파탐지기로 물속 수색 지점을 파악하고, 선박을 몰고 해당 위치로 이동한 뒤 경찰관이 직접 다이빙해 수중 수색에 착수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제 핸들러 중 1명은 저수지 수중 수색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드론팀은 음파탐지기 수색 시연을 2차례 진행했다.
무인항공기운용팀장 이승도 경위는 “익수자가 발생하면 물속에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어 무력함을 느꼈다”며 “물속을 탐지할 수 있다면 골든타임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체취견 블랙이 지난 지난 18일 오후 3시 55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무학산 중턱에서 실종됐던 지적장애 3급인 50대 남성을 찾은 모습. 경남경찰청 제공
현재 경남경찰 개·드론팀은 단 5명에 불과하다. 드론 운용에는 최소 2인 1조, 주·부조종사가 필요하다. 드론 운전에 1명, 영상분석 등 상황 전달에 1명이 기본이다. 소수정예인 팀이라 당직자가 부족해, 쉬는 날이어도 경남 인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핸들러들은 부서의 사무를 보면서 틈틈이 체취견 훈련을 하고 있으며, 드론팀은 경찰특공대 교육이나 드론운영센터 견학생 관리 등도 담당한다.
핸들러 홍 경사는 “홀로 수색하다가 부상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팀원과 체취견이 충원돼 겨우 한숨은 덜게 됐다”고 말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