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자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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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부터 광복절 기념사, 외교 무대에서 연이어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국내외적 어려움과 혼란의 시대에 자유를 계속 강조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와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국가 공동체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 관련 언급을 분석해 보면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자유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자유시장과 감세, 재정 건전성, 탈규제를 강조한다. 신자유주의 사고인 것이다. 그리고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방안도 윤 대통령은 자유를 통한 혁신과 성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작은 정부와 사유재산권을 강조한다. 자유 지상주의 사고를 지닌 것이다. 셋째, 자유 가치를 공유하는 자유 진영 국가들과의 동맹을 최우선시한다. 넷째,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를 확대해 온 과정으로 이해한다.

윤 대통령 국정 철학 국민에 큰 영향

감세·탈규제·혁신 성장·동맹 등 중시

빈부 격차 심화, 공동체 약화 초래

자유 진영 중시 외교, 국익에 피해

자유·평등 강조하는 헌법 정신 위배

국가 미래·행복 이끌 국정 철학 절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국정 철학은 무시하기 어려운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윤 대통령은 자유만을 강조하면서 평등을 무시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과 인권을 함께 추구하는 정부 형태이자 이데올로기다. 민주주의는 자유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유만을 강조하면 온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고, 사회적 강자가 유리한 민주주의가 되기 쉽다. 또 자유 개념에는 이미 평등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자유에는 소극적 자유, 적극적 자유, 비지배적 자유가 존재한다. 그런데 적극적 자유는 복지권 같은 사회권을 포함하며, 비지배적 자유는 빈부, 권력, 학력 등의 차이를 떠나 시민 간의 동등성을 강조한다. 적극적 자유와 비지배적 자유 개념에는 이미 국민 간의 평등 개념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은 이렇게 서로를 전제하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자유만을 강조하면 자유 자체도 보존하기 어렵다. 과도한 자유시장과 사유재산권 강조는 빈부격차를 심화하고, 이런 공동체는 구성원 간의 결속을 약화하고 자유와 사유 재산권에 대한 도전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둘째,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 가치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외교·안보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 지금은 미·중 패권 경쟁 시기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이다. 서방과 중·러 간의 신냉전 상황이 도래했다. 국제 안보가 격동의 시대, 불안전한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한국이 성급하고 일방적으로 자유 진영에 속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다. 한국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교차하는 반도에 위치하며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를 지닌 나라다. 해양 세력인 미·일 중심의 자유주의 가치 외교에 전적으로 올인 하는 것은 실용 외교도 실리 외교도 아니다. 오히려 국익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교·안보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윤 대통령은 자유시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작금의 국제 경제 체제는 더 이상 자유시장 체제가 아니다. 지구적 차원의 무역 자유화와 투자 자유화는 쇠퇴했다. 자유주의 국제 경제 체제는 이미 기울었고, 그 대신 미·중 경쟁과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주요국 간의 중상주의와 보호주의 경쟁이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유엔(UN)에서 자유만을 강조했다. 국제 경제 체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스른 셈이다. 경쟁국들의 중상주의와 보호주의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 산업 정책과 전략적 무역 정책에서 국가의 역할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넷째,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를 자유를 확대해 온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는데, 이러한 판단은 우리 헌정사에서 평등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다. 1948년 7월 17일 공포된 제헌 헌법의 전문은 각인의 기회균등과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쓰고 있으며,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 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제헌 헌법의 경제 질서는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일방적인 자유시장 경제가 아닌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 중심 국정 철학은 이렇게 우리 헌법 정신과도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의 자유는 소극적 자유와 신자유주의, 자유 지상주의와 신냉전적 자유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자유는 국민 모두의 자유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들만의 자유에 가깝다. 이런 국정 철학은 국민 모두의 국정 철학이 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자유는 적극적 자유와 비지배적 자유, 국가의 역할을 인정하는 자유로 보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 모두의 행복을 이끌 수 있는 진정한 자유 중심의 국정 철학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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