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도계 총리 수낵, 위기의 영국 구할까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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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킹엄궁서 57대 총리로 취임
“경제 위기, 안정과 통합 필요”
경쟁자 기용해 빅텐트 내각 전망
트러스 추진 감세안 폐기될 듯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보수당 중앙당사에서 소속 의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신임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보수당 중앙당사에서 소속 의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전 재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57대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6년여간 4명의 총리가 교체되는 등 불안정한 당과 국정을 수습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떠안았다. 이를 의식하듯 취임 전후로 ‘통합’을 강조하고 ‘빅텐트’ 내각을 예고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이날 오전 수낵 총리의 취임을 공식 승인했다. 24일 보수당 대표 및 총리 후보로 단독 등록한 수낵은 찰스 3세가 승인한 첫 총리가 됐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지난달 8일 왕좌에 올랐다.


수낵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 분열을 거듭하는 보수당을 재건할 중책을 맡았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후 데이비드 캐머런,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4명의 총리가 낙마할 정도로 보수당은 불안정하다. 북아일랜드를 EU(유럽연합) 단일시장에 남겨두는 북아일랜드 협약 논란을 비롯해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 축소 등의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영국은 EU 국가에 비해 일손 부족, 물가 상승 등에 대한 체감도가 높고, 경제 전망도 어둡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영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더불어 존슨 전 총리의 파티게이트 사건, 트러스 총리의 무리한 감세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보수당은 사실상 국민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뒤집힌 데 이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당은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타임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0~21일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일 총선을 한다면 어느 당을 뽑겠느냐”는 질문에 56%가 노동당이라고 답했다. 보수당은 19%에 불과했다. 앤절라 레이너 노동당 부대표는 부유한 집안의 수낵을 겨냥해 “수낵은 노동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수낵 총리는 통합과 안정을 기치로 경제 위기 등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1922 위원회에서 한 비공개 연설에서는 “통합이 아니면 죽음”이라며 조기 총선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명예 퇴진한 트러스 총리에게 “품격 있는 지도력을 보였다”고 말한 것도 당내 통합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차기 내각에도 지지 세력뿐 아니라 여러 인사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 장관에는 제러미 헌트 현 장관이 유임되고 외무부 장관에는 이번 총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를 기용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존슨 전 총리를 지지한 제임스 클리버리 현 장관 유임설도 나온다.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전임 트러스 총리의 감세안 폐기가 예고된다. 더타임스 등 외신은 재정긴축을 위해 국방예산을 감축하고 병원, 철도와 같은 기간시설 사업도 일부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전황을 관망하며 지원 속도와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인도를 식민 지배했던 영국에서 인도계 총리가 탄생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롯한 인도 고위 관료, 영국의 식민 지배를 비판한 야당 의원 등은 한목소리로 수낵 총리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수낵 총리는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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