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 멜로니 “공식 직함에 남성 관사 써 달라”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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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3일 로마 총리관저에서 마리오 드라기 퇴임 총리로부터 내각 이양을 뜻하는 종을 받아 들고 미소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3일 로마 총리관저에서 마리오 드라기 퇴임 총리로부터 내각 이양을 뜻하는 종을 받아 들고 미소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45)가 자신의 총리 직함에 남성을 뜻하는 정관사를 써 달라고 해 논란이 벌어졌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총리실은 지난 23~24일 공문에서 멜로니 총리에게 남성 관사 ‘일(il)’을 붙였다. 이는 멜로니가 총리 공식 명칭인 ‘Presidente del Consiglio’ 앞에 여성을 뜻하는 정관사 ‘라(la)’ 대신 il을 사용할 거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일에 대해 최근 한 언론사 노조가 반발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최대 노조 우시그라이는 최근 성명을 내고 “멜로니 총리가 요청했다는 이유로 경영진에서 그녀를 언급할 때 남성 관사를 써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위험한 퇴행”이라고 밝혔다. 우시그라이는 “어떤 기자에게도 남성 형태를 쓰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라우라 볼드리니 전 하원의장도 “최초의 여성 총리가 남성적인 형태를 택하다니”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어 관리 기관인 아카메디아 델라 크루스카의 클라우디오 마라치니 회장은 문법적으로는 여성 관사를 사용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념적이거나 세대적인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 형태를 선호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한 이탈리아’를 내걸고 지난 22일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임기 초부터 자신의 신념을 적극 드러내고 있다. 23일에는 방탄 기능이 장착된 아우디, 폭스바겐이 아닌 자국 브랜드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 세단을 타고 총리 관저로 출근했다. 멜로니 총리는 의전실에 “이탈리아의 총리인 내가 독일 차를 탈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전실은 이에 줄리아 세단에 방탄 기능을 갖춰 멜로니 총리에게 제공했다. 멜로니 총리는 기존 경제개발부 명칭을 ‘상업과 메이드 인 이탈리아’로 바꾸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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