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평 옥상 활용 ‘동래시장 활성화 꿈’ 느슨한 구청 행정에 ‘쪼그라들었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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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구청, 예산 7억 원 최종 확정
당초 30억 원 규모서 대폭 줄어
2차 예산 신청 제때 못 해 날아가

부산 동래구 복천동 동래시장 옥상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동래구 복천동 동래시장 옥상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동래시장 옥상 900평(2975㎡)을 활용하는 ‘동래시장 900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가 기대 속에 출발했지만 동래구청의 소극 행정 속에 결국 사업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동래구청은 ‘동래시장 900 프로젝트’ 사업이 기존 배정된 7억 원 말고는 예산 추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25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당초 30억 원 규모로 계획됐으며, 모두 2차례 걸쳐 예산이 배정될 계획이었다. 현재 배정된 7억 원은 설비 보강, 환경 정비 등을 위한 1차 예산에 해당한다. 추가 예산 배정이 어려워지면서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시장 ‘단장’ 수준에 그치게 됐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동래시장의 옥상은 30여 년 세월 동안 빈 상태로 방치돼 왔다. 1969년 지금의 2층 규모 동래시장 건물이 지어질 당시에는 옥상에도 채소를 파는 점포들이 들어섰지만, 세월이 지나며 모두 사라졌다. 동래시장번영회는 그간 옥상을 활용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옥상은 매년 한두 차례 지역 주민들을 초청해 음식 나눔 행사를 할 때만 쓰인다. 더군다나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등의 영향으로 전통시장에 침체기가 오면서 옥상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

프로젝트는 이처럼 방치된 동래시장 옥상을 활용해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시장 옥상 부지에 플리마켓, 달빛 옥상 캠핑장, 북카페존 등 여러 시설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동래시장 상인회와 부산시의회의 합작으로 성사됐다. 동래시장 상인회는 박민성 전 부산시의원이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자 옥상 부지 사용을 수락했다. 박 전 시의원을 포함한 시의원 3명은 각자 몫의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래구청이 예산을 제때 신청하지 못하면서 7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23억 원은 사라졌다. 부산시 소상공인지원담당관실 관계자는 “동래시장 프로젝트 예산이 전 시의원들의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으로 이뤄져 있어 시의원 임기가 끝나면 예산도 함께 사라진다”며 “동래구청이 시의원 임기가 끝나기 전에 예산을 신청했다면 집행됐겠지만 구청 측 요청이 없어 예산 교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배정된 7억 원도 사실상 ‘벼락치기’로 가까스로 편성됐다. 동래구청은 지난해 6월 시의회에서 예산이 편성된 후 3개월이 지나도록 부산시에 예산 교부 신청을 하지 않다가 ‘소극 행정’ 비판이 잇따르자 지난해 말 급하게 예산을 신청해 확보했다.

축소된 프로젝트 계획에 상인들은 안타까움을 표한다. 박원청 동래시장번영회 회장은 “동래시장 프로젝트로 시장에 젊은 사람들의 발길이 늘길 바랐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축소될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동래구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시나 시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사업의 세부 계획이나 예산 교부 요청 관련 내용을 안내받지 못해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내용을 파악했다”며 “당초 계획했던 큰 규모로는 어렵겠지만 본래 사업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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