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서 발 뺀다고? …미·서방 “러시아 제재” 재천명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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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멜로니 “푸틴에 굴복 안 해”
대공 방어무기 전폭 지지 약속
독일 대통령, 우크라 깜짝 방문
미, 휴전협상 요구했다가 철회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5일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래쪽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신화EPA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25일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 아래쪽은 같은 날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신화EPA연합뉴스

미국과 서방이 최근 자국 내 민심을 의식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중간선거, 내각 교체 등 정치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우크라 지원·러시아 제재를 이어가겠다며 의기투합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신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첫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에도 불구,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멜로니 총리는 “푸틴의 에너지 협박에 굴복하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더 많은 요구와 협박으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첫 통화에서 멜로니 총리를 키이우로 초대했고 그도 올 것이라고 답했다”면서 “또 대공 방어 무기 요청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2일 극우 정당의 대표인 멜로니 총리가 집권하면서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균열을 일으킬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연정 파트너인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 대표 등은 대표적인 친러 인사로 꼽힌다. 베를루스코니 대표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전쟁의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돌리는 녹취가 공개돼 비난받기도 했다. 그러나 멜로니 총리는 대러 강경 입장을 줄곧 보여왔고,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는 독일도 최근 태도를 바꾸고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드론과 크루즈 미사일, 로켓 공격을 받는 현 단계에서 연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변함없는 지지 입장을 전했다. 앞서 6개월 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려 했으나 ‘퇴짜’를 맞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밑에서 외무장관을 지내며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 것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수입 중단 우려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터라, 양국 관계는 더욱 경색됐었다.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마지못한 것으로 비치긴 했지만 대공미사일, 대공장갑차 등 첨단 무기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25일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도 주재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도 최근 공화당에 이어 집권 민주당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내 잦아든 상태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휴전 협상을 압박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내려 한 서한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부인하고 공화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25일 취임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수낵 총리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지원 속도와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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