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사랑 ‘스리고~’ 갑니다”… 지역 상징 화투 한판 어때요?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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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 고지현 씨 제작 화투
화초와 지역민 얘기 민화로 담아
“어르신 삶 되돌아보는 시간 되길”


'김해표 화투'. 고지현 씨 제공 '김해표 화투'. 고지현 씨 제공

“어느 동네든 마을회관에 가면 화투를 치는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화투에 김해를 그려 넣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김해 19개 읍·면·동을 돌며 마을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화투에 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화기획자 고지현(43·김해시 진영읍) 씨가 최근 만든 ‘김해표 화투’가 화제다. 지역문화진흥원이 올 4월 공모한 ‘지역문화활동 지원 사업’에 고 씨의 아이디어가 선정되면서 상상은 현실이 됐다.

고 씨는 “직접 마을을 돌며 역사와 문화, 인구 등을 조사했다. 상동·생림·진례면의 경우 인구가 너무 적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생림면은 15세 이하 아동이 120여 명뿐이었다. 소멸 위기 지역을 우선 선정해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48장으로 구성된 화투패에는 열두 달을 상징하는 화초 12종류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초기 화투패 그림은 일본 색이 짙다는 지적이 일면서 1950년대에 한국식으로 변경됐다.

당시 화투패 재질도 종이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는데, 고 씨는 종이로 복원하는 작업을 했다. 두껍고 단단한 컬러샌드 소재를 사용해 쉽게 상하는 종이의 단점을 보완했다. 또 화투패에 마을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를 민화로 그려 넣었다.

문화기획자 고지현 씨가 자신이 기획한 '김해표 화투'를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민 기자 문화기획자 고지현 씨가 자신이 기획한 '김해표 화투'를 선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경민 기자

기존 화투와 달리 1월부터 12월까지 한림(화포천 황새), 상동(매화), 장유(반룡산 산벚꽃), 생림(도요 감자), 칠산서부(창포), 주촌·진례(분청사기), 대동·불암(수국), 동상·삼안·활천(천문대), 진영(단감·장군차), 내외(경운산 단풍), 회현·부원(봉황·수로왕), 북부(김해향교)를 담았다.

고 씨는 “김해를 찾아준 황새와 시화, 특산물 등을 그렸지만, 화투의 원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기존 것과 그림이 헷갈리면 어르신들이 손을 대지 않는다는 주변 조언을 반영한 것이다”며 “앞으로 조금씩 김해 색을 더 진하게 입혀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해표 화투는 지난 29일 제품으로 출시됐다. 수익은 공익 목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고 씨는 “저작권은 김해문화원에 기증할 계획이고, 수익이 발생한다면 지역문화 활성화 기금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며 “주민 기록 작업을 통해 어르신들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드리고 싶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화투패에 그려진 12가지 민화는 동양화가 김영자 작가의 작품이다. 다음 달 1일부터 30일까지 진영읍에 있는 진영철도박물관에서 전시된다. 그림에 담긴 마을 이야기와 관련된 사진도 함께 걸린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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