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강행 ‘일단 멈춤’
28일 한수원 이사회 안건 상정 보류
지역 반발 여론에 비용 문제까지 겹쳐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이사회가 28일 안건으로 상정하려 했던 부산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관련 계획(부산일보 10월 27일 자 2면 보도)을 전격 보류했다. 한수원 이사진 내부에서 건식저장시설 건설 비용 문제 등의 이유로 반대 목소리가 나온 데다 지역의 거센 반발 탓에 안건 상정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안전 담당자는 27일 오전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28일 예정된 한수원 이사회에서 ‘고리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건설 기본계획(안)’ 상정을 보류한 게 맞다”면서 “해당 시설 운영에 대해 지역 의견 수렴을 보다 충실히 하려고 보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한수원은 2031년께 고리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가득차면 원전 가동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28일 열리는 이사회에 고리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 안건을 상정한 뒤 속전속결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난 26일 오후에 안건 상정을 보류하는 것으로 기류가 급변했다.
우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부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 속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으면 원전 부지가 영구처분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역의 거센 저항에 한수원 이사진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역의 탈핵단체는 이 사안과 관련해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고 “원전 지역에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꼴”이라며 정부와 한수원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게다가 지역 여론을 수렴하기도 전에 한수원 이사회가 해당 안건을 의결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는 지적도 빗발쳤다.
건식저장시설 건설과 운영 비용에 대한 논란도 안건 상정에 발목을 잡았다. 한수원은 사용후핵연료가 나올 때마다 관리부담금인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을 적립했는데, 10년간 부과된 관리부담금이 6조 원 이상이다. 해당 기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시설 건설 등을 위해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건식저장시설 건설·운영 비용과 주민 지원금은 한수원 예산으로 조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이사진 내부에서는 해당 기금을 놔두고 한수원이 또 자체 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부자원부 관계자는 “고리원전 건식저장시설 안건은 보류됐지만, 28일 예정대로 한수원 이사회는 열린다”면서 “언젠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한수원 이사회가 이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