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쇼크·中 빚더미 경보·日 엔저 늪… 세계 경제 빨간불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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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메타 순이익 1년 새 반토막
경기침체 징후 장단기 금리 역전
중, 올해 재정적자 지난해 3배
일, 한 달 새 엔화 방어에 9조 엔

중간선거(11월 8일)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간선거(11월 8일)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굴지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잇따라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경기침체가 코앞에 닥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G2’ 국가인 중국은 역대급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은 정부 개입에도 불구 ‘엔저’를 막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영국발 금융혼란을 수습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적 악재에 휩싸인 세계 경제가 마땅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26일(현지시간) 3분기 매출액 277억 1000만 달러(39조 3482억 원), 순이익 44억 달러(6조 248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월가 전망치를 약간 웃돌았지만 순이익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순이익은 52.2% 줄어 1년 사이에 반토막 났다. 4분기 실적도 전년과 비교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는 한때 약 20% 떨어지기도 했다.

메타뿐 아니라 전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았다. 순이익은 139억 달러(19조 88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감소했다. 메타와 알파벳이 모두 디지털 광고 의존도가 높은 회사인 만큼, 향후 경기 전망이 어두워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날 MS는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클라우드 매출 실망감 등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

빅테크 쇼크에 이어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를 추월하며 경기침체 위험을 키웠다. NYT에 따르면 25일 오전 3개월물 미 국채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웃돌았다. 통상 장기 금리가 단기보다 높게 매겨지지만,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질수록 단기 금리가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향후 경기침체로 미 연방준비제도가 중장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관측이 우세해졌다는 의미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으로 재정적자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26일 블룸버그통신이 중국 재정부 발표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중앙·지방정부 누적 재정적자는 7조 1600억 위안(1403조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2조 6000억 위안)의 3배 규모다. 특히 중국은 최근 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 ‘1인 천하’ 시대를 열며 ‘정치 리스크’까지 떠안았다. 지난 24일 하루 동안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역대 최대 수준인 25억 달러(3조 5700억 원)에 달한다. 권력 집중 현상에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엔저 현상에 시달리는 일본은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에도 불구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일본 금융당국은 한 달 사이에 엔화 방어를 위해 무려 9조 엔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국제금융담당 차관은 25일 CNBC 인터뷰에서 이 같은 시장 개입 효과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도 SK하이닉스 등이 실적 한파를 겪고 있고 ‘강달러’ 습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어 아시아 금융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영국의 대규모 감세안 번복으로 인한 금융 혼란과 관련해 여전히 대책 마련이 더딘 모습이다. 세계은행은 26일 올해 에너지 평균 가격이 지난해보다 60% 상승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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