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요산김정한문학상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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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장

〈부산일보〉가 주최하는 요산김정한문학상은 한국 문학계의 큰 별인 소설가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4년 제정됐다. 39년이 흘렀다. 요산김정한문학상은 한국 문단을 보듬는 큰 울타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작고한 김성동 작가를 비롯해 그동안 문병란 이문구 김윤식 윤흥길 염무웅 이호철 정찬 등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시인 평론가들이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했다. 근년엔 김숨과 손홍규가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정지아 작가가 이 상의 주인공이 됐다.

부산 동래 출생인 요산은 불의에 항거한 지식인이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대원보통학교에 재직하던 중 조선인교원동맹을 조직하려다 일본 경찰에 검거됐다. 이후 1936년 궁핍한 농촌 현실의 잔혹함을 그린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항진기’ ‘기로’ 등 현실 참여 성격이 강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민중을 선동하는 요주의 작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고문과 1987년엔 그 후신인 한국민족문학작가회의의 초대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요산의 이런 이력 때문에 요산김정한문학상 제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했다. 1984년은 서슬 퍼런 군사독재의 시절이었고, 군사정권의 시선으로 볼 때 요산은 껄끄러운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요산김정한문학상 출범은 당시 부산 문인들과 언론계의 강단 있는 결정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문학상 출범에 중추적 역할을 한 인물은 당시 〈부산일보〉 권오현(1928~2010) 사장이다. 그는 행여나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개인 자격으로 운영위원장을 맡아 문인들과 함께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출범시켰다. 기자 출신의 첫 대표 이사인 권오현 사장은 지역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학교법인 한성학원(경성대학교 재단) 이사장도 역임했다. 2007년 〈부산일보〉는 20여 년 문학상을 지킨 권 사장의 뜻을 이어 회사 차원에서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주최키로 결정, 오늘에 이른다. 요산도 〈부산일보〉와 인연이 깊다. 1961년 군사쿠데타 여파로 부산대 교수직에서 잠시 물러나면서 논설실 상임논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 요산김정한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인간에 대한 도리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던 요산의 문학 정신과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고 강조했던 요산의 문학 정신이 더 멀리 퍼져나가길 소망한다.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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