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 들춰보니 ‘사랑’ 참으로 불가사의하더라
사랑의 쓸모 / 이동섭
17개 고전 소설 통해 ‘사랑’ 탐색·해부
파괴적이고 고혹적인 사랑 이야기 등장
〈사랑의 쓸모〉는 세계문학 작품을 ‘사랑’이란 열쇠 말로 해부한 책이다. 17개 고전 소설을 통해 사랑이 뭔지 탐색한다. 〈첫사랑〉 〈위대한 개츠비〉 등 소설을 통해 ‘다양한 사랑’을 풀어헤치고 있다. 끌림과 유혹, 질투와 집착, 오해와 섹스, 결혼과 불륜, 그리고 희망과 절망, 그것이 사랑의 이야기이고, 곧 사람의 이야기라고 한다.
‘사랑’이란 하나의 단어 속에 빛깔이 같은 사랑은 없다. 모든 개별적 사랑이 저마다의 우주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태초 이래로 사랑은 항상 있어왔지만 여태껏 똑같은 사랑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사랑은 늘 문제이고, 늘 새롭고, 영원한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법이다. 우주를 다 덮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미세하고 미묘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랑이다.
〈마담 보봐리〉의 엠마는 일을 저질렀다. 그녀는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미소마다 그 뒤에는 권태의 하품이, 환희마다 그 뒤에는 저주가, 쾌락마다 그 뒤에는 혐오가 숨어 있고 황홀한 키스가 끝나면 입술 위에는 오직 보다 큰 관능을 구하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이 남을 뿐이다.’ 엠마는 정열의 사랑-결혼-행복을 추구하려 했으나 간통과 사치를 저지르고 그런 자신을 처벌했다. “엠마는 인생을 살았고, 죽음의 책임도 타인에게 전가하지 않았다. 욕망에 주체적으로 행동했고, 대가도 치렀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노르웨이의 숲〉이 전하는 섹스 의미는 사뭇 복잡하다. 뒤죽박죽 맞물리고, 얼핏 이해되지 않는 섹스들이 나오는데 ‘그 묘한 하나 속에 그 의미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말의 뉘앙스, 언어 소통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듯 인간이 가진 육체 언어도 참으로 겹겹이 저마다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울고 아프고 찢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존재의 가벼움을 만끽하던 토마시는 ‘무거운 테레자’에게 돌아온다. 가벼운 희망과 만족이 지나고 나서 밀려든 허무 때문이다. 니체가 말했다. “사랑은 다른 사람 속에서 가능한 한 많은 아름다운 것을 보든가 또는 다른 사람을 가능한 한 높이 들어올리고자 하는 은밀한 충동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더 좋은 인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사랑인데, 그것을 토마시가 욕망과 허무의 변주 속에서 점차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매력이 무엇인지 몰랐던 개츠비의 불행(〈위대한 개츠비〉), 결혼을 인생의 두 번째 기회로 삼는 법(〈부활〉), 외도를 일삼던 애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경우(〈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질투에 눈 멀어 아내를 죽여야 했던 경우(〈오셀로〉) 등 짙고 파괴적이며 고혹적인 사랑의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파스칼은 말했다. “사람은 자기를 느끼게 해 준 사람을 사랑한다.” 저자는 말한다. “단 한 번의 눈빛만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몸을 샅샅이 알아도 사랑으로 끓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사랑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완전히 알 수 없는, 불가사의한 그 모든 아득한 영역에 여전히 놓여 있다. 이동섭 지음/몽스북/348쪽/1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