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마음’, 문학 지표로 삼겠다”
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
수상자 정지아 소설가 소감 발표
“더 나은 세상 바랐던 아버지께 감사”
휴머니즘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추천 화제
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이 27일 오후 부산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정인 부산소설가협회장, 김수우 부산작가회의 회장, 김진수 부산일보 사장, 수상자인 정지아 소설가, 조갑상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 구모룡 심사위원장, 정영선 심사위원. 이재찬 기자 chan@
“근현대사 속에서 많은 것들을 다 겪어낸 ‘눈에 보이지 않는 삶’, 그 많은 사람들의 ‘평범한 마음’을 제 문학의 중요한 지표로 삼아나갈 것입니다.”
부산일보사는 27일 오후 5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제39회 요산김정한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날 시상식은 3년 만에 공개 행사로 열게 된 것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로 상을 수상하게 된 정지아(57) 소설가는 “아버지는 전직 사회주의자였지만 많은 이들의 이웃이자, 구례의 평범한 주민이고, 노인과 ‘할배’였다”며 “‘나는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다’며 ‘사람은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하셨던 아버지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웃을 사랑했던 아버지가 요산 선생님을 직접 만났다면 생각이 비슷한 두 분이 서로 절친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연로한 엄마를 돌보기 위해 ‘강제로(?)’ 살게 된 구례와 그곳의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구례에서는 길거리를 지나면 아버지를 아는 분들이 “자네 아버지와 똑 같이 생겼다”며 식당에 그냥 끌고가서 “자네 아버지가 엄청 좋아하셨다”며 작가가 먹지도 못하는 전어무침을 시켜주곤 했다는 것이다. 또 피붙이도 아닌 어떤 이는 “아버지 돌아가시면 자네 어머니를 내가 모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네”라며, 딸인 작가에게 ‘처음엔 이해되지 않는 말’을 했다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그런 따뜻한 마음을 이해해온 구례 11년의 생활이 이번 소설을 쓰게 했다고도 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들의 삶이 그렇게 위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자리가 이념을 넘어선 ‘인간의 자리’라는 것이다.
정지아 작가의 수상작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할 정도로 상당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례식을 치르면서 아버지의 인간적 면모를 재발견한다는 이 휴머니즘 장편소설은 한반도를 짓누르는 거센 이념 대결을 이제는 넘어설 수 있고,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새로운 어법으로 전망하는 문학적 함의를 지녔다.
구모룡 심사위원장은 “수상작은 자전적 경험적 서사에 머물지 않고 인물을 세계사적 인물로 그려낸 탁월한 작품”이라며 “심사위원들은 대단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는 의견일치를 보였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이 작품은 구례라는 로컬을 세계사적 장소로 만들었다”며 “번역돼 해외에 소개된다면 한국문학을 빛내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수상작은 빨치산 전력의 아버지와 딸을 중심으로 한 단순한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들고나는 많은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읽는 이들을 웃게 하고 울게 하는 뛰어난 서술 능력을 보여준다"는 평도 덧붙였다.
요산김정한문학상 운영위원장인 김진수 부산일보사 대표이사 사장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작가 아버지 말씀이 참 감명 깊었다”며 “부산일보가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올곧게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갑상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영선 심사위원, 김수우 부산작가회의 회장, 정인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정익진·신정민·김점미·이영옥·고명자 시인, 나여경·안지숙·임회숙·이정임·이미욱·임성용·문혜정·김지현 소설가 등 40여 명 문인들이 참석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