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역축제 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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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 수만 명 인파 예고된 참사
3년 만에 열리는 지역축제도 안전 비상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핼리윈 대규모 압사 참사 현장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29일 밤사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형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날 참사는 이태원동의 좁은 골목길에 핼러윈 파티를 즐기려는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가운데 내리막 경사 길에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넘어져 깔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사고는 256명(사망 153명, 부상 103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희생자 대부분이 10~20대 젊은이들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또다시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장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3년 만에 재개되는 각 지역의 축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참사가 발생한 현장은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뒤편 번화가인 세계 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폭 4m 안팎의 좁은 경사로에 수만 명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속수무책이었다. 도로에 차량도 꽉꽉 막혀 현장에 출동한 소방과 경찰도 구조에 애를 먹었다. 이날 이태원에 몰린 인파만 경찰 추산 10만 명.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축제로 금요일부터 수만 명이 몰려 대형 사고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시청과 구청에서 사전 대책과 현장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이번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안전사고와 관련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은 사망자의 정확한 신원 확인과 부상자 치료 등 사고 수습이 급선무다. 이와 함께 이번 참사의 명확한 원인 규명과 철저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에 475명의 인력을 투입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나섰다. 사고 현장의 CCTV 영상을 확보하고 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을 수집해 사고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또 주변 상인과 시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최초 사고 발생 후 상황 전개 과정도 세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대형 참사가 발생한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책임 문제도 엄밀히 따져야 한다. 다시는 후진국형 참사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당장 각 지역의 가을 축제가 문제다. 부산시는 30일로 예정됐던 원아시아페스티벌 K팝 축제 행사를 전격 취소했다. 전날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만큼 축제 취소는 당연한 결정이다. 다음 주말인 5일로 예정된 부산불꽃축제 행사도 고민거리다.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이라 더욱 그렇다. 시민 정서와 안전 대책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참사로 세월호 이후 안전 사회로 가자는 우리 사회의 다짐도 무색해졌다.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안전과 관련해 구멍이 많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사회 전반의 안전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만큼 중요한 국가의 책무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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