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여야, 정치 일정 중단하고 ‘분향소’로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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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제히 ‘조문 정치’

국힘 지도부, 비대위 회의 후 조문
정진석 “안전 인프라 개선하겠다”
민주 지도부, 최고위 끝내고 조문
이재명 “공당으로서 깊이 사죄”
3일 예정된 대통령실 국감 연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여야는 ‘이태원 참사’ 이틀째인 31일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고, 사태 수습과 유가족 위로에 전념하는 분위기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이틀 비상대책위원 회의를 열어 사고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희생자 애도의 뜻으로 검정 정장 차림을 했고, 가슴에는 조의 표식을 달았다. 회의장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고 현수막을 붙였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이번 예산 국회에서 국가·사회 안전망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며 “안전 인프라를 선진국 수준으로 전면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찾고, 예산을 제대로 편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예방 조치에는 어떤 것이 있었으며, 그 예방 조치는 취해졌는지 정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회의 후 곧장 서울광장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오전 10시께 분향소에 도착한 정 위원장은 헌화·묵념한 뒤 방명록에 “못다 핀 꽃잎처럼 떠난 젊은이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의 마음을 올린다.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철저히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1일 분향소를 찾을 예정이다. ‘정치 활동’을 자제해 달라는 지도부 지침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토론회·세미나 등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의원들은 SNS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31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당 지도부가 31일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지도부도 오전 국회 최고위를 마치고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현재로서는 일단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며 “민주당도 국민의 위임을 받은 공당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완벽하게 지켜내지 못한 책임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제1야당이자 다수당으로서 책임을 정부·여당과 함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이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검은 양복 차림에 가슴에 ‘추모’ 리본을 달았다. 회의 시작 전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당내 ‘김진태발(發) 경제위기 진상조사단’의 강원도청 방문,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의 일정을 대부분 취소했다.

 대신 당내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 본부’(대책본)를 공식 출범시켰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이날 오후 대책본 1차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책본 운영 목표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수습에 있어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회적 참사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본부장은 박찬대 최고위원이 맡았다.

 국회 일정도 ‘조문 정국’으로 조정됐다. 당장 3일로 예정된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는 국가애도기간 이후인 오는 8일로 연기됐다. 운영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31일 전화 통화를 하고 대통령실 국감 일정을 연기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양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번 참사 수습 작업이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데다 5일까지인 국가애도기간에 여야가 국감장에서 정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2일로 예정된 국가인권위와 국회사무처 등에 대한 운영위 국감은 예정대로 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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