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신 배우 김슬기 “보석같은 작품 만났죠”
영화 ‘고속도로 가족’ 연기 변신
‘휴게소 살이’ 엄마 역 맡아서
차분한 감정 연기 선보여 눈길
첫 BIFF 초청에 “금의환향 기분”
퀴즈 하나.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일’ 중인 부산 출신 배우. 연극 ‘리턴 투 햄릿’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뒤 SNL코리아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줘 폭넓은 연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일 개봉한 ‘고속도로 가족’에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나서는 이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은 배우 김슬기. 매 작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그가 이번엔 차분한 감정 연기를 스크린에 펼쳐낸다. 신작 ‘고속도로 가족’에서 휴게소 살이를 하는 엄마 ‘지숙’을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흥미롭다. 그간 보여줬던 통통 튀는 모습은 오간 데 없고 깊은 눈빛과 짙은 감정선으로 그 자리를 채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슬기는 “날 성장하게 한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슬기가 그린 ‘지숙’은 남편, 두 아이와 함께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캐릭터다. 산달이 얼마 남지 않은 아이까지 뱃속에 품고 있으면서도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한다. 영화의 큰 줄기는 지숙의 심리 변화에 따라 바뀐다. 김슬기는 “대사가 많이 없는 캐릭터”라며 “눈빛이나 표정으로 보여줘야 해서 쉽진 않았지만 기다렸던 역할이라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화장기 없는 모습도 눈에 띈다. 김슬기는 “평소에도 꾸미는 것보단 수더분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머리카락도 좀 더 지저분하게 연출하고 입술도 트는 대로 놔뒀다”고 웃었다.
임신부 연기를 위해선 부산에 사는 친언니에게 전화해 조언을 구했다. 김슬기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부분이라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언니한테 이 정도 개월 수에 많이 뛰면 어느 쪽 배가 아프고 배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등을 물어봤다”고 귀띔했다. 조카가 생긴 뒤 아이와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바뀐 점도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김슬기는 “가족과 새로운 가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또 나중에 제가 결혼을 하면 만날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슬기는 이번 작품을 ‘보석’에 비유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도 얻어서다. 이 작품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그는 “금의환향한 기분이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슬기는 “가족들이 부산에 있어서 영화제 행사에 초대할 수 있는 점도 기뻤다”며 “부산의 딸 자랑스럽게 돌아온 기분으로 영화제를 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가족들이 제 원동력이에요. 그런 가족들이 있는 부산은 언제 가도 좋은 곳이에요. 이번엔 한 달 전부터 돼지국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돼지국밥을 먹은 기억이 나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으니 앞으로 더 여러 얼굴을 보여드릴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