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추모시] 슬픔 속 작은 기도 - 이해인 수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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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삽화=이지민 에디터 추모 삽화=이지민 에디터

슬픔 속 작은 기도 - 이해인 수녀·시인

향을 피워도 눈물뿐 / 꽃을 바쳐도 눈물뿐 / 우린 이제 / 어찌해야 하나요?

단풍이 곱게 물든 / 이 가을에 / 너무 큰 슬픔이 덮쳐 / 우린 마음 놓고 / 울 수도 없네요

어떡하니? / 어떡해요? / 어떻게 이런 일이? / 이게 꿈이 아닌 / 현실이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 답은 없고 / 공허한 메아리뿐!

숨을 못 쉬는 순간의 / 그 무게가 얼마나 / 힘들고 답답하고 / 두려웠을지!

지켜주지 못해 / 미안하다는 말도 / 선뜻 할 수가 없어 / 그냥 그냥 / 두 주먹으로 / 가슴만 치고 있네요

한번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 무참히 깔려 죽은 / 우리의 소중한 / 젊은이들이여

이 땅에서 다신 / 이런 일 안 생기게 / 최선을 다할게요 / 그대들 못다 이룬 / 꿈들을 조금씩 / 사랑으로 / 희망으로 싹틔우고 / 꽃 피워서 / 그대들의 희생이 / 헛되지 않게 할게요

멈추지 않는 눈물과 / 슬픔의 심연 속에 / 사랑을 고백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 기도할게요

우리의 하얀 슬픔을 / 상복으로 입고서 / 안녕, 안녕이라고


※‘슬픔 속 작은 기도’는 이해인 수녀가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밤 쓴 시입니다. 1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부산 본원에서 만난 이해인 수녀는 “너무 마음이 아파 다만 몇 줄이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를 적었다”며 <부산일보>에 시를 전달했습니다.

1일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부산 본원 ‘해인글방’에서 시를 소개하는 이해인 수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1일 부산 수영구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부산 본원 ‘해인글방’에서 시를 소개하는 이해인 수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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